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오라클, 실적 좋은데 3만 명 감원…AI 데이터센터에 ‘올인’한 이유

오나길 기자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2026년 3월 31일 오전 6시, 전 세계 오라클 직원들에게 ‘Oracle Leadership’이라는 서명이 붙은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오라클 47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었다. 감원 규모는 전 세계 약 3만 명, 전체 직원의 약 18%에 달했다.

겉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오라클은 직전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72억 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오픈AI와의 3000억 달러, 약 410조 원 규모 초대형 클라우드 계약을 포함해 5500억 달러, 약 825조 원 넘는 수주잔고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잘나가는 시점에 3만 명을 줄였을까.

답은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있다. 오라클의 결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다.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회사의 중심축을 소프트웨어에서 물리적 인프라로 옮기는 대수술에 가깝다.

‘과거 사업’을 잘라낸 오라클

이번 구조조정에서 타격이 컸던 곳은 크게 세 부문이다.

첫째는 오라클 헬스다. 오라클이 2022년 283억 달러, 약 42조 원에 인수한 전자차트 기업 세너가 기반이다. 전통적인 헬스케어 IT 모델에서 벗어나 AI 자동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력이 줄었다.

둘째는 레거시 SaaS 부문이다. 과거 성장동력이었던 고객경험, 마케팅 관련 애플리케이션 사업이다.

셋째는 ERP 컨설팅과 지원 부문이다. 정형화된 도입 지원 업무가 주된 영역이다.

이 부문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AI로 대체 가능하거나, AI 인프라만큼 높은 자본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라클은 지금까지 회사를 떠받쳤던 사업 일부를 과감히 깎아내고 있다.

410조 원 ‘스타게이트’가 바꾼 계산법

왜 이렇게 급진적인 전환이 필요했을까. 이유는 AI 인프라 구축 비용이 기존 소프트웨어 사업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추진하는 초대형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서 핵심 클라우드 인프라인 OCI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엔비디아 블랙웰 같은 최신 GPU를 대량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수GW 규모 전력을 감당할 데이터센터와 전용 냉각 설비도 필요하다.

IT 저널리스트 고다이라 다카히로는 “현재 AI 경쟁은 알고리즘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은 물리적 계산 자원을 확보하느냐의 자본력 싸움으로 바뀌었다”며

“오라클 입장에서는 인건비로 나가는 고정비를 줄여 미래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이터센터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감원으로 오라클이 확보할 연간 80억~100억 달러 규모 현금흐름은 AI 인프라 투자 재원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IT 산업의 중심이 바뀌고 있다

이 흐름은 오라클만의 일이 아니다.

2026년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의 독점 협력 구조를 재편했고, AWS도 오픈AI 모델 채택에 나서는 등 빅테크의 AI 동맹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공통점은 뚜렷하다. 기존 사업은 줄이고, AI 인프라에는 전력투구한다는 점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IT 산업의 주인공이 ‘효율화 도구로서의 소프트웨어’에서 ‘지능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인프라’로 바뀌는 지각 변동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시사점

삼성·SK·LG 등 한국 대기업들도 AI 전환을 앞두고 같은 딜레마에 서 있다.

한국의 많은 기업은 기존 사업이 흑자라면 급격한 인력 재배치나 사업 정리를 피하려 한다. 이러한 기업들에게 오라클의 사례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오라클이 보여준 것은 ‘위기가 닥친 뒤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보이는 순간, 과거의 성공을 버리면서까지 ‘미래에 배팅하는 것’이다.

경영자가 배워야 할 세 가지 판단

오라클의 결정에서 경영진이 배울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전략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서 시작된다. 오라클은 성장세가 둔화한 CX 부문을 줄이고 AI 인프라에 자원을 집중했다. 자사 포트폴리오 가운데 AI 때문에 가치가 줄어들 영역이 어디인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둘째, 감원을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자본 배분의 재설계로 설명해야 한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만 강조하면 내부 사기는 떨어지고 시장은 이를 쇠퇴 신호로 본다. 반대로 절감한 비용을 어디에 재투자할지 명확히 제시하면, 메시지는 ‘성장을 위한 재배치’가 된다.

셋째, 속도와 투명성이다. AI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경영 판단도 그 속도에 맞춰야 한다. 애매한 구호보다 “우리는 OCI와 AI 인프라로 간다”는 식의 단순하고 분명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남은 직원에게 요구되는 것

3만 명 감원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남은 직원들에게는 더 높은 역량이 요구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단순한 코딩이나 운영 능력이 아니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판단하고 비즈니스에 연결하는 능력, 복잡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해하고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설계 능력,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협상과 조율 능력이 중요해진다.

인사·노무 컨설턴트 마쓰모토 유키는 “기업은 더 이상 단순히 지시에 따르는 직원을 원하지 않는다”며 “AI 기업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역량을 업데이트하고 새 인프라 위에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량 개발을 개인 노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기업도 앞으로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신의 회사는 무엇에 ‘베팅’하는가

오라클의 결단을 ‘실리콘밸리의 냉혹한 합리주의’로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직면한 것은 모든 산업이 늦든 빠르든 맞닥뜨릴 ‘AI에 의한 리셋’이라는 현실이다.

막대한 현금을 쌓으면서도 조직에 칼을 대고, 410조 원 규모 계약을 뒷받침할 인프라에 전력을 쏟는 선택. 이는 변화의 본질을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앞으로 10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금 무엇을 버릴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결정을 직원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미래 비전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오라클이 보여준 것은 AI 시대의 변화가 단순한 ‘더하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로는 고통스러운 ‘빼기’를 거쳐야 더 큰 ‘곱하기’가 가능해진다.

author-img
오나길 기자
biz-journal_editor@pikle.io

댓글0

300

댓글0

[글로벌 경제] 랭킹 뉴스

  • 한국이 일본 관광을 먹여 살린다…방일 외국인의 4명 중 1명이 한국인
  • 일본은 이제 기술 개발했는데 중국은 이미 양산…한국도 남 일 아니다
  • Claude가 ChatGPT를 제쳤다…앤스로픽 ‘첫 흑자’
//= do_shortcode('[get-ad-best-list slot_number=404]'); ?>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트럼프"감옥 안 간 게 블란치 법무장관 덕분"…자충수 발언에 충격

    글로벌 정치 

  • 2
    "아기들 죽이는 데 세금 쓰지 마라"...코드핑크, 美 합참의장 앞에서 이란전 규탄

    글로벌 정치 

  • 3
    “법도 안 지킨다” 미 국방부 정조준한 민주당...펜타곤, 여야 의원 전부 브리핑 차단

    글로벌 정치 

  • 4
    심리학자 "트럼프, 치매 증상을 보일 수도"... 트럼프 건강 이상설 재점화

    글로벌 정치 

  • 5
    "무능력한 인간"...민주당 후보자 경선에서 메이헌, 바세라 후보에게 맹비난

    글로벌 정치 

지금 뜨는 뉴스

  • 1
    "트럼프, 이란전쟁 문제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언론인들 잇따라 비판

    글로벌 정치 

  • 2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 폭동 단체와 연관성 밝혀졌지만 "자랑스럽다"

    글로벌 정치 

  • 3
    이란 전쟁, AI 예수 이미지에 교인들 분열..."용서해야" vs "용서 안된다"

    글로벌 정치 

  • 4
    제3국 추방 꼼수 막혔다...연방법원, 트럼프 행정부가 추방한 여성 귀환 명령

    글로벌 정치 

  • 5
    트럼프 ‘백악관 무도회장’에 1조 5000천억 원?...공화당도 놀란 예산안

    글로벌 정치 

//= do_shortcode('[get-ad-best-list slot_number=404]'); ?>

추천 뉴스

  • 1
    트럼프"감옥 안 간 게 블란치 법무장관 덕분"…자충수 발언에 충격

    글로벌 정치 

  • 2
    "아기들 죽이는 데 세금 쓰지 마라"...코드핑크, 美 합참의장 앞에서 이란전 규탄

    글로벌 정치 

  • 3
    “법도 안 지킨다” 미 국방부 정조준한 민주당...펜타곤, 여야 의원 전부 브리핑 차단

    글로벌 정치 

  • 4
    심리학자 "트럼프, 치매 증상을 보일 수도"... 트럼프 건강 이상설 재점화

    글로벌 정치 

  • 5
    "무능력한 인간"...민주당 후보자 경선에서 메이헌, 바세라 후보에게 맹비난

    글로벌 정치 

지금 뜨는 뉴스

  • 1
    "트럼프, 이란전쟁 문제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언론인들 잇따라 비판

    글로벌 정치 

  • 2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 폭동 단체와 연관성 밝혀졌지만 "자랑스럽다"

    글로벌 정치 

  • 3
    이란 전쟁, AI 예수 이미지에 교인들 분열..."용서해야" vs "용서 안된다"

    글로벌 정치 

  • 4
    제3국 추방 꼼수 막혔다...연방법원, 트럼프 행정부가 추방한 여성 귀환 명령

    글로벌 정치 

  • 5
    트럼프 ‘백악관 무도회장’에 1조 5000천억 원?...공화당도 놀란 예산안

    글로벌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