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분기, 사상 첫 영업흑자를 예상하는 앤트로픽의 행보는 AI 산업의 경쟁 축이 ‘자본력’에서 ‘자본 효율’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빠른 흑자 전환
월스트리트저널이 5월 20일 보도한 한 기사는 AI 비즈니스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앤트로픽은 투자자들에게 2026년 4~6월기, 즉 2분기 매출이 약 109억 달러(약 16조 원)에 이르고, 5억5900만 달러(약 8400억 원)의 영업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CNBC와 블룸버그도 이 숫자를 별도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눈에 띄는 건 규모만이 아니다. 회사는 1분기 매출 48억달러(약 7조 원)에서 한 분기 만에 매출이 2.3배로 뛰어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과 리서치기관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분기 성장률은 Zoom·구글·페이스북이 IPO 전후에 기록한 최고치들을 넘어선다.
더구나 앤트로픽은 과거 투자자에게 ‘2028년까지 연간 흑자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었는데, 그 전망을 약 2년 앞당긴 셈이다.
다만 이번 수치는 사내 예측이며 공식 결산 발표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매출 계상 방식이 AWS나 구글을 통한 클라우드 재판매분을 총액 기준으로 합산하는 회계 처리를 포함하고 있어, 순액 기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OpenAI는 2026~2029년 누적 현금 소진이 최대 1,150억달러(약 17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xAI도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앤트로픽의 누적 조달액은 약 300억달러(45조 원)에 머문다.
그럼에도 최전선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는 재무 구조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핵심은 ‘추론 비용의 하락’과 ‘기업 대상 과금 모델’의 결합이다. AI 모델 훈련 비용은 여전히 막대하지만, 훈련을 마친 뒤 기업이 실제로 사용하는 추론 단계의 단가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고객의 토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한계이익률이 개선된다. 앤트로픽 CFO 크리슈나 라오가 법정에서 밝힌 것처럼, 회사는 이제 비용을 매출로 상쇄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
IT 저널리스트 고다이라 다카히로는 “훈련에 대한 선행 투자를 한 번 끝내면 이후 추론 비용은 규모 확대에 비례해 내려간다”며 “앤스로픽 모델의 강점을 고려하면 기업 이용이 급격히 확대되는 국면에서 레버리지가 작동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기업 시장에서 일어난 역전
소비자용 ChatGPT로 압도적인 인지도를 가진 OpenAI와 달리, 앤스로픽은 철저하게 기업 시장에 집중해왔다. 그 전략의 성과가 2026년 봄 한꺼번에 나타났다.
미국의 법인카드 결제 플랫폼 Ramp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기업들의 AI 지출 점유율은 앤트로픽(Claude)이 34.4%, OpenAI(GPT)가 32.3%로, 처음으로 앤트로픽이 앞섰다.
Ramp는 5만여 건의 실제 카드 결제를 추적한 데이터로 단순 설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AI 제품을 처음 도입하는 신규 고객 중 약 70%가 Claude를 선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간 계약액이 100만 달러를 넘는 고객도 2026년 2월 약 500곳에서 4월 1000곳 이상으로 늘었다. 불과 두 달 만에 두 배가 된 셈이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가 3만 명이 넘는 직원을 대상으로 신약 개발, 제조, 규제 문서 대응에 Claude를 전사 도입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앤트로픽이 금융, 의료, 법무처럼 컴플라이언스 요구가 엄격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배경에는 창업 초기부터 강조해온 ‘Constitutional AI’, 즉 헌법적 AI 사상이 있다.
AI 모델이 따라야 할 원칙을 문서화하고 이를 훈련 과정에 반영하는 접근법이다.
처음에는 연구적 관심사에 가까웠던 이 방식이 이제는 기업 조달 심사에서 중요한 차별점으로 바뀌었다.
규제 당국의 AI 감사가 강화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앤스로픽의 집착이 기업의 AI 구매 검토 과정에서 강점이 된 것이다.
고다이라는 “컴플라이언스 부문은 이제 AI 윤리 방침을 계약 조건의 일부로 심사한다”며 “안전성을 입증할 문서를 체계적으로 갖춘 AI 제공사는 그것만으로도 선정 과정에서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금융·산업계를 ‘판로’로 삼는 얼라이언스 전략
5월 4일, 앤트로픽은 블랙스톤·헬만앤프리드먼·골드만삭스와 함께 15억달러 규모의 자본을 지닌 AI 네이티브 기업 대상 서비스 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아폴로, 제너럴애틀랜틱, 싱가포르투자청, 세쿼이아캐피털도 참여한다. 이 회사는 Claude를 기업의 핵심 업무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합작사의 설계가 흥미롭다. 단순한 컨설팅 회사가 아니라, Claude에 정통한 엔지니어를 중견기업에 직접 투입해 업무 흐름 자체를 재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골드만삭스의 마크 나크먼은 “자체적으로 최고 수준의 AI 엔지니어를 채용하기 어려운 기업에도 전문 엔지니어를 투입해 AI 도입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자체적으로 컨설팅 조직을 키우기보다 금융업계의 방대한 포트폴리오 기업군을 통째로 확보하는 ‘레버리지형 확장 전략’을 택했다.
같은 달 19일에는 전 세계 약 27만6000명의 인력을 둔 KPMG와 글로벌 제휴도 발표됐다.
KPMG는 Claude를 자사 고객용 AI 플랫폼과 세무·자문 업무에 통합하고, 모든 직원에게 Claude 제품군 접근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이 밖에도 딜로이트, PwC, 액센추어 등 대형 회계·컨설팅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이미 가동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Claude 배포망’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흑자 지속 가능성과 넘어야 할 과제
하지만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앤스로픽 역시 2분기 흑자가 연중 계속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보고 있다.
차세대 프런티어 모델 훈련 단계에 들어가면 인프라 비용이 다시 앞서 나가고, 분기 단위로 적자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SpaceX와의 연산 자원 조달 계약에 포함된 우대 조건이 일시적으로 이익을 부풀렸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현재 앤스로픽은 기업가치 9000억 달러(약 1300조 원) 이상을 전제로 추가 자금 조달 협상을 진행 중이며, IPO는 2026년 가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흑자 전망은 이러한 자금 조달·상장 맥락에서의 정보 공개이기도 한 만큼, 그 점을 감안해 읽을 필요가 있다.
Sacra의 추정에 따르면 앤스로픽의 2026년 4월 기준 연환산 매출은 약 430억 달러(약 64조 원)에 이른다. 만약 기업 수요와 Claude Code의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2028년 매출 700억 달러(약 105조 원)와 현금흐름 170억 달러(약 25조 )라는 전망도 완전히 비현실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다. OpenAI, 구글, 메타 모두 차세대 모델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OpenAI·구글·메타 등 경쟁자들도 차세대 모델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기술적 우위가 언제까지 유지될 지 모른다.
생성형 AI 경쟁의 판세가 바뀌고 있다. ‘누가 더 많은 자금을 투입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더 안전하게 기업의 핵심 업무에 침투했는가’가 승부를 가르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ERP와 SaaS가 지배해온 전통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정석으로 돌아가는 흐름이기도 하다.
앤스로픽은 가장 빠른 흑자화에 거의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처음에는 다소 밋밋해 보였던 ‘안전성’이라는 선택이 이제 최대 경쟁 우위로 바뀌었다는 역설이다.
AI 열풍이 실물경제와 결합한 산업화 단계로 넘어갈 때 살아남는 기업은 단순히 돈이 많은 곳만은 아니다. 기업의 실제 문제에 계속 답할 수 있는 기업이다. 앤스로픽의 흑자 전망은 그 시작을 알리는 하나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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