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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 대신 운동복 입고 출근하는 시대…’애슬레저’가 패션이 아닌 산업이 된 이유

오나길 기자 조회수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면 소재처럼 보이는 신소재, 기능성 세트업, 스니커즈 출근.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애슬레저(Athleisure)’로 불리는 이 흐름은 단순한 패션 트렌드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 건강을 바라보는 시각, 소비 행동의 변화가 한꺼번에 반영된 구조적 현상이다.

룰루레몬부터 유니클로까지, 전혀 다른 전략을 가진 기업들이 같은 시장에서 맞붙고 있는 지금, 애슬레저는 한때의 유행이 아닌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시장 데이터와 현장 흐름을 바탕으로 그 본질과 앞으로의 전망을 정리했다.

일시적 유행이 아닌 성장 시장

애슬레저 시장은 이미 세계적인 거대 산업이 됐다. 2024년 세계 시장 규모는 약 610조 원 수준이다. 2033년에는 약 110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6.9%로, 일반 의류 시장의 2~3%를 크게 웃돈다.

중요한 것은 이 성장이 팬데믹 특수의 연장이 아니라 여러 구조적 변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전략 컨설턴트 다카노 아키라는 “애슬레저는 수요를 앞당겨 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생활 방식 변화에 따른 상시 수요”라고 분석했다.

왜 지금 애슬레저인가

① 일하는 방식의 변화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확산되면서 ‘출근복’과 ‘운동복’의 구분이 흐려졌다. 사무실과 일상의 경계가 약해지자, 한 벌로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옷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신축성있는 소재 재킷과 기능성 바지가 비즈니스 현장에 스며드는 것도 이런 흐름의 일부다.

② 건강·웰니스 의식의 정착

헬스, 러닝, 필라테스, 홈트레이닝 등을 일상에 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한다’는 의식의 변화가 배경에 있다.

SNS의 영향도 크다. ‘건강한 생활 자체가 스타일’이라는 가치관이 퍼지면서 소비자의 약 41%가 SNS를 계기로 구매한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룰루레몬 레깅스를 입고 카페에 가거나 필라테스복 차림으로 쇼핑을 하는 것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현상이 대표적이다.

③ 소재 기술의 진화 — ‘기능의 비가시화’

땀 흡수·속건, 항균, 온도 조절 같은 기능은 이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지금 트렌드는 ‘기능이 느껴지지 않는 기능’이다.

겉으로는 면 소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기능 섬유로 만든 소재가 일상복으로 빠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운동복인지 일상복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 자체가 소비자에게 매력 포인트가 됐다.

룰루레몬부터 워크맨까지…시장은 세 갈래로 나뉜다

애슬레저 시장은 가격대별로 명확한 전략 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가 브랜드: 브랜드 경험 판매 룰루레몬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기능성에 더해 ‘라이프스타일’과 ‘커뮤니티’를 팔며 높은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중간 가격대: 기존 고객 흡수 유니클로 같은 브랜드는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해 기능성을 일상복에 녹이는 전략을 택한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구간이다.

저가 브랜드: 기능의 대중화 고기능을 저가에 제공해 시장의 저변을 단숨에 넓히는 전략이다.

다카노는 “현재 시장은 브랜드 지향과 합리적 소비 지향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며 “중간 가격대는 가장 어려운 위치에 있으며, 차별화하지 못하면 수익성이 압박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소재 기업과 공급망도 바뀐다

시장 확대는 의류 브랜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재 기업들도 기능성 소재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친환경 소재 도입도 빨라지고 있다.

이미 애슬레저 브랜드의 약 57%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환경 대응은 이제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필수 조건으로 바뀌고 있다.

소비층도 기존 스포츠 애호가에 머물지 않는다. 여성 소비자가 시장의 중심에 있고, 남성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구매 이유로는 디자인보다 편안함과 실용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쾌적함’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소비자가 약 64%에 달한다.

성장 뒤의 리스크

시장 확대에도 과제는 있다.

첫째는 가격 장벽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높은 가격은 신규 소비자 유입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는 모방품 증가다. 전자상거래 확산으로 가품 유통이 늘어나면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셋째는 트렌드 피로감이다. 애슬레저가 장기 흐름인 것은 맞지만, 개별 상품은 빠르게 흔해질 수 있다. ‘애슬레저 피로감’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다카노는 “애슬레저는 장기 트렌드지만, 상품 단위에서는 범용화가 쉽게 진행된다”며 “브랜드는 기능 외의 가치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애슬레저의 본질은 단순한 의복의 진화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 효율’, ‘건강 지향’, ‘다목적성’이라는 현대인의 가치관이 옷이라는 형태로 구현된 현상이다.

소재 제조사, 스포츠 브랜드, 패스트패션, 작업복 기업 등 다양한 출신의 플레이어들이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는 이 영역에서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응답이 승패를 가른다.

향후 10년의 경쟁 초점은 분명하다. 기능·디자인·지속가능성의 삼위일체를 누가 다음 차원으로 끌어올리느냐이다.

애슬레저는 이제 패션을 넘어 생활 자체를 재설계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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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길 기자
biz-journal_editor@pikl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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