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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됐는데 한국은?…동영상 AI ‘런웨이’, 아시아 거점으로 도쿄 낙점한 이유

차현아 기자 조회수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미국 동영상 생성 AI 기업 런웨이가 2026년 5월 도쿄 오피스 개설과 초기 투자 4000만 달러,즉 600억 원 규모의 일본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아시아 지역의 핵심 거점 설립이며, 일본 사업 책임자 채용 계획도 함께 밝혔다.

투자 금액보다 주목할 부분은 시점과 맥락이다. 동영상 생성 AI 시장에는 주요 기업이 잇따라 뛰어들며 경쟁이 빠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런웨이는 왜 일본을 아시아 진출의 출발점으로 선택했을까.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동영상 생성 AI가 ‘창작 도구’에서 ‘산업 인프라’로 바뀌고 있다는 구조적 변화가 보인다.

치열해지는 동영상 생성 AI 시장

동영상 생성 AI는 2023년 이후 빠르게 정밀도를 높여왔다. 텍스트나 정지 이미지에서 영화 수준의 영상을 몇 초 만에 만드는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며 창작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주요 기업으로는 런웨이와 함께 오픈AI의 ‘소라’, 루마AI의 ‘드림 머신’, 중국 콰이서우의 ‘클링’, 중국 생수과기의 ‘비두’ 등이 있다.

각사의 차별화 방식은 다르다. 오픈AI의 소라는 물리 법칙 재현 능력으로 주목받았고,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품질 향상을 앞세워 부상했다.

런웨이는 선발주자의 강점을 활용해 전문가용 작업 흐름에 깊게 통합되는 전략을 펴왔다.

그 결과 마돈나 월드투어, 드라마 시리즈 비주얼 제작, 푸마의 브랜드 콘텐츠 생성 등의 사례를 쌓았고, 금융·광고·테크·디자인 분야 대기업들이 런웨이를 업무에 도입하고 있다.

2026년 2월에는 제너럴 애틀랜틱이 주도하고 엔비디아·피델리티·어도비 벤처스·AMD 벤처스 등이 참여한 시리즈 E투에서 3억 1,500만 달러(약 4800억 원)를 조달해 기업가치가 53억 달러(약 8조)에 달했다.

왜 일본인가

런웨이의 일본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다. 공식 발표에 담긴 3가지 전략적 이유가 있다.

① ‘마케팅 없이도’ 세계 3위인 시장

런웨이에 따르면 공식 상업 전개를 하지 않은 단계임에도, 일본은 기업 고객과 개인 이용자 모두에서 세계 3위 시장 규모를 갖고 있으며 지난 12개월간 기업 고객이 300% 늘었다.

아시아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일본이 차지하며, 이미 야마하·소프트뱅크그룹·NHN 등 대기업이 광고·마케팅·크리에이티브 분야에 도입했다.

일본의 광고·PR 시장은 연간 약 66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시장에서 동영상 생성 AI가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여지는 크다.

본격적인 마케팅 없이도 이 정도 성장했다는 사실은 잠재 수요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② 세계적 수준의 IP와 공존 가능한 환경

런웨이 CEO 크리스토발 발렌수엘라는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크리에이티브 산업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발적인 성장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보틱스·제조·게임 분야에서도 아시아의 주요 리더이며, 월드모델이 큰 역할을 하게 될 산업군”이라고 자리매김했다.

애니메이션·게임·만화를 핵심으로 한 일본 콘텐츠 산업은 세계적인 IP의 보고다.

동영상 생성 AI가 캐릭터와 세계관을 ‘공식 라이선스’ 아래 다룰 수 있느냐는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글로벌 플랫폼 입장에서 일본 IP 보유 기업과의 협력은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되고 있다.

③ 절박한 산업 수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세계적인 인기와 맞바꾸듯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과중 노동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저출생·고령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영상·광고·제조 현장에서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 수요는 높다. 이 절박한 필요가 기술의 사회 정착 속도를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

동영상 생성 AI가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경제 구조는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

광고·마케팅 분야에서는 수천만 원에 수개월이 걸리던 영상 제작이 AI를 활용하면 수 시간·수십만 원 규모로 줄어들고 있다. A/B 테스트용 영상을 대량으로 동시에 만들고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하는 방식도 현실이 됐다.

영화·애니메이션 사전 제작 단계에서는 콘티 영상화(비디오 프로토타입)가 몇 분 만에 완성되면서 스튜디오의 의사결정 속도가 크게 빨라지고 있다.

IT 저널리스트 고다이라 다카히로는 “동영상 생성 AI가 보급돼도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표현할지 정하는 기획력과 편집 판단은 인간의 일로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문제는 촬영, 편집, 소재 제작 같은 중간 공정을 맡았던 층이 대체 압력을 받는다는 점이다. 도구를 능숙하게 다뤄 성과를 내는 초개인 크리에이터와 단순 작업에 머무는 층으로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 승부처는 ‘월드 모델’

런웨이의 일본 진출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기술적 배경이 있다. 바로 ‘월드모델(General World Model)’이다.

런웨이 CTO 아나스타시스 게르마니디스는 “뛰어난 동영상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월드모델로 가는 올바른 길이다. 충분한 규모와 적절한 데이터가 있으면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런웨이는 GWM-1을 로봇 조작용 ‘GWM-Robotics’, 가상환경 생성용 ‘GWM-Worlds’, 아바타용 ‘GWM-Avatars’ 3가지 계열로 출시했으며, 로보틱스 기업과의 상업 전개를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GWM-Robotics에서는 날씨 변화나 장애물 같은 변수를 추가한 합성 데이터로 로봇 훈련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다이라는 “월드 모델은 AI가 중력, 충돌, 빛의 반사 같은 물리 세계의 규칙을 내부적으로 학습하고 현실에 가까운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구조”라고 했다.

또한 “자율주행 안전 평가나 제조 로봇 훈련 데이터 생성에서 실제 환경 테스트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기간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는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런웨이는 이미 엔비디아와 협력해 최신 아키텍처를 활용한 동영상·월드 모델 고속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이 강점을 가진 로보틱스, 자율주행, 게임 개발의 물리 시뮬레이션은 월드 모델과 궁합이 좋다.

런웨이가 단순한 크리에이티브 기업이 아니라 산업 인프라 기업으로 도쿄에 거점을 두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영상 생성 AI는 ‘엔터테인먼트 도구’에서 ‘모든 산업의 인프라’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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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ccchyuna@pikl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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