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 요점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14년간 원전 기술자의 세대 단절이 심각해졌다. 관련 기업의 70%가 인력 부족을 안고 있는 가운데, IHI은 용접 기술자 육성 기간을 기존 대비 5분의 1(약 2년)로 단축하는 ‘WAVE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VR로 현장 노하우를 교육하고 있다. AI 전력 수요가 전 세계적인 원전 회귀를 가속하는 지금, 일본 중공업이 추진하는 기술 전수의 디지털 전환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본다.
지금 일본에서 가장 희소가치가 높은 인재는 누구일까. 의사도, AI 엔지니어도, 반도체 설계자도 아닐 수 있다. 어쩌면 정답은 ‘원자로 압력용기를 용접할 수 있는 기술자’일지 모른다.
2026년 5월, 니혼케이자이 신문는 ‘원전 인재 양성을 서둘러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VR을 활용한 기술 교육에 나서고, IHI(구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가 용접 기술자 양성 기간을 5분의 1로 줄이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단순한 사내 교육 기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움직임은 일본 제조업과 산업 경쟁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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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피라미드에 생긴 14년의 공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일본 내 원전 건설은 사실상 멈췄다. 그 결과 현장에서 실무를 익힐 기회가 사라지며 20·30대 기술자 양성이 중단됐다. 뒤를 이어야 할 세대의 인력 구조에는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일본원자력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관련 기업 215곳 중 약 70%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그중 약 20%는 필요한 인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 심각한 건, 대형 전력사 9곳과 원전 관련 제조사 7곳 등 16개사를 대상으로 기술 전수가 어려워질 시점을 물었을 때 15곳이 ’10년 이내’라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교육 현장도 위축됐다.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원자력 관련 분야의 40세 이하 젊은 교원 수는 2004년 121명에서 2022년 68명으로 약 20년 만에 절반가량 줄었다. 미래 기술자를 가르칠 교사 자체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인력 위기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정책 연구가 사에키 도시야는 “문제는 숫자만이 아니다. 원자력 기술은 현장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익힐 수 있는 영역이며, 매뉴얼만으로 대체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14년 동안 현장 지식 상당수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세계는 ‘원전 회귀’로 질주하는데, 일본은 수주 기회를 놓치나
이 문제는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원전 인력 위기가 심해진 시기에 세계적으로는 원자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배경에는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급증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약 945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일본의 현재 연간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 규모다. 태양광·풍력만으로는 날씨에 따른 출력 변동을 메울 수 없기 때문에, 24시간 365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원자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이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와 전력 구매 계약을 잇달아 발표하는 것도 이런 흐름 속에서다.
일본에서도 2025년 2월 일본 국무 회의에서 의결된 제7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원자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 명시됐다. 2040년도 전원 구성에서 원자력 비중 목표로 약 20%가 제시됐다. 국내에서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14년 만에 새로운 원전 계획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주 기회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하려면 설계·제조·설치의 각 공정을 담당할 인재가 갖춰져야 한다.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수주 기회는 다른 나라로 넘어갈 뿐이다.
IHI의 WAVE 프로그램과 미쓰비시중공업의 VR—두 가지 해법
이런 구조적 위기에 제조사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HI가 2026년 1월 시작한 ‘WAVE 프로그램’은 원자로를 보호하는 압력용기 제조에 필수적인 용접 기술자 육성 기간을 기존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에는 고도 용접 기술을 익히는 데 약 10년이 걸린다고 여겨졌지만, 이 프로그램은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약 2년 안에 숙련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편 미쓰비시중공업은 VR을 활용한 기술 교육에 착수했다. 방사선 관리 구역이나 고소 작업 등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상·비용상의 제약으로 반복 경험이 어려운 환경을 VR 공간으로 재현한다. “어깨너머로 보고 익혀라”라고만 해온 노하우를 데이터로 구조화해 젊은 세대에게 효율적으로 전수하겠다는 발상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대충 키우는 육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뇌과학·인지심리학의 성과를 응용한 ‘간격 학습’, ‘시뮬레이션 반복’, ‘즉각 피드백’ 등의 기법을 결합해, 기존의 도제식 육성을 양과 질 양면에서 뛰어넘는 정착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에키는 “제조업의 기술 계승 DX는 원자력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조선, 건설, 항공처럼 고난도 산업 전반에 공통된 과제”라며 “IHI와 미쓰비시중공업의 시도는 일본식 제조업의 암묵지를 어떻게 디지털화할 것인가라는 보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성공 여부에 따라 일본 제조업 전체의 모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에서 ‘제품’으로—SMR이 바꿀 산업 구조와 인재상
기술 계승 문제는 또 하나의 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차세대 원자로로 주목받는 SMR(소형모듈원전)의 등장이다.
SMR은 출력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를 공장에서 모듈 단위로 제조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의 원자로다. ABI리서치 추산에 따르면 2040년까지 전 세계에 262기가 설치되고, 총 발전용량 42기가와트(GW)에 달할 전망이다. 캐나다에서는 2025년 4월 북미 최초의 상용 SMR 건설 허가가 발급되며 2030년대 상업 운전 개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SMR이 기존 원자력 산업에 가져오는 변화는 단순한 소형화에 그치지 않는다. 현장에서의 일회성 ‘건설 공사’가 아니라 공장에서의 반복적인 ‘제품 제조’에 가까운 생산 모델로 바뀐다. 이는 필요한 인재상 자체를 바꾼다. 현장 감각과 경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숙련 감독형 인재에서, 표준화된 모듈의 품질 관리와 생산 프로세스를 설계·최적화하는 엔지니어형 인재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것이다.
디지털을 통한 기술 습득 효율화와 SMR이라는 제조업 친화적인 산업 구조 변화. 이 두 벡터가 겹치는 지점에, 일본 중공업 재도약의 실마리가 있다.
‘사양산업’이 아니라 ‘딥테크 최전선’
‘원전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여전히 오래된 공장과 숙련 장인의 이미지와 연결되기 쉽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VR, AI,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고정밀 시뮬레이션이 결합된 최첨단 딥테크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
관점을 바꾸면 이는 커리어와 투자 측면에서도 놓치기 어려운 신호다. 희소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의 시장가치는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쓰비시중공업과 IHI를 중심으로 한 중공업 부문은 인재와 기술의 ‘재무장’에 성공할 경우, 국내외에서 대형 수주를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물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육성을 시작해 실제 현장에서 통할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사이 베테랑 기술자의 퇴직은 계속된다.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이 그리는 2040년 목표와 현실의 인력 공급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 VR과 AI를 활용한 교육 효율화는 유망하지만, 실제 설비 경험을 완전히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기업의 노력을 산업 전체의 생태계로 확장하는 일이다. 관민 협력을 통한 대학 교육 재정비, 리스킬링 체계 구축, 은퇴 베테랑의 지식을 체계화하는 플랫폼 마련 등 기업 단독의 노력을 넘어선 구조적 투자가 필요하다.
‘잃어버린 14년’을 되찾을 시간은 많지 않다. 원전 엔지니어의 세대 단절 문제는 에너지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제조업의 기술 계승 모델 자체를 다시 묻는 거울이 되고 있다.
(글 = BUSINESS JOURNAL 편집부, 협력 = 사에키 토시야 / 에너지 정책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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