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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서·출판 산업 ‘실핏줄’ 터지게 한 정부의 정책은요

송건희 기자 조회수  

도서·출판 업계 한파에 비명
영화 산업도 비상등 켜졌다
정부 발언과 아이러니한 현실

출처: 뉴스1

최근 정부의 정책이 도서·출판 업계에 매서운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다. 정부는 ‘책 생태계’ 관련한 예산을 삭감한다고 밝혔다. 한국 도서·출판 업계는 작은 출판사들이 많고, 이들은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대체로 중복성 있는 사업을 폐지하고, 지역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중심이 되어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으로 나온 대응책이 없다. 

지난해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독서 관련 기존 사업들에 ‘문제가 있다’며 여러 차례 잡도리를 했는데, 출판·독서계에서는 출판·독서 관련 정부 지원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의심한다. 정부가 선정과 구매를 통해 양서 출판을 지원해 온 ‘세종도서’ 사업은 2023년 정부가 ‘부실투성이’라 지적한 뒤로 문학 분야 ‘문학나눔도서’ 사업과 합쳐지면서 예산이 25억 원가량 줄어들었다. 

한국의 대표 도서전인 ‘서울국제도서전’도 마찬가지로 암담한 실정이다. 정부가 2023년도 ‘수익금 보고·반환’을 문제 삼아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를 제척 조치를 했다. 이에 따라 2024년도부터 민간 재원으로만 치러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출판 문화를 떠받쳐온 제도인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웹툰·웹소설, 지역 서점 등에 제도 적용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출처: 뉴스1

정부의 ‘책 생태계’ 관련 구체적 삭감 내용으로는 크게 출판, 독서, 서점, 도서관 분야로 나뉜다. 출판 분야에서 ‘우수 출판 콘텐츠 제작 지원’의 금액이 전액 삭감되어, 앞으로 약 13억 원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어 ‘중소출판사 출판 콘텐츠 창작 지원’ 또한 7억 원 전액이 삭감된다고 알려졌다. 

독서 부문에선 ‘국민독서문화 확산’, ‘문화황동 지원’ 정책에 대한 지원이 각각 약 58억 원, 약 6억 원이 전액 삭감된다.  도서관 부문에서는 ‘도서관 실감형 창작공간 조성’이 19억 원 규모의 지원을 전액 삭감 조치한다. 

출판·독서 분야에서 없어진 정부 지원 중 가장 큰 규모로 조사된 것은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사업’이다. 영유아들에게 적합한 도서를 지원하는 ‘북스타트’와 각종 독서 모임을 지원하는 사업인 ‘독서동아리 활동’ 그리고 연중 캠페인인 ‘책의 해’ 행사 등이 이 예산에 주로 기댔다. 그러나 올해 2024년 예산이 통째로 사라져 관계자들은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북스타트’의 경우 양육자가 책 꾸러미를 활용하여 실생활에 사용하도록 연수 프로그램이 포함되는데, 예산 부족으로 2024년도부터 연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수 없다.

 ‘독서동아리 활동’ 사업 역시 정부 지원에 도움을 받아 전국 400개 독서동아리에 활동비(연간 80만 원)를 지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4년도 올해부터 활동비는 사라지고, 각 동아리가 모여 팀의 활동을 공유하는 행사도 치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대표적인 독서 캠페인인 ‘책의 해’ 사업은 지난 수년간 정부 지원을 힘입어 해마다 연령대별로 풍성한 도서 행사를 벌여왔는데, 올해 ‘2024 어린이 책의 해’는 민간 재원으로 치루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출판사·작가뿐만 아니라 도서관·서점 등 국민들이 책과 만나온 ‘현장’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책을 통해서 누려온 문화 향유, 소통의 기회마저 사라지는 모양새다.

출처: 뉴스1

이러한 상황에 출판진흥원은 난감하다는 목소리를 내어놓았다.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공고를 묻는 전화가 많이 오는 상황이다”며 “출판사나 작가들이 아쉬움을 많이 토로하고 있고 우리 또한 난감한 상황이다”고 했다. 

그럼에도 제작지원사업을 중단한 것은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2023년 6월 중소출판사를 체계적이고 세부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중소출판사 성장도약사업’ 정책을 새로 내놨기 때문이다. 기존 지원 사업을 대체한다는 이 사업은 설계 방향조차 아직까지도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한철희 돌베개 대표는 “판매는 어려울 수 있으나, 가치 있는 책들을 펴내는 데 큰 도움을 줬던 정부 지원이 사라지면 출판사는  의욕이나 의지가 크게 위축된다”고 무력감을 보였다. 또한 그는 “얼마 안 되는 기존의 지원액마저 단칼에 잘라버리는 것은 이 업계서 전례조차 없는 일”이라고 말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네티즌은 “요즘 아이들 문해력 논란이 문제인데, 도서 지원금을 삭감한다니…황당하다.”, “독서는 평생 이어가야 하는 일인데.. 어이없는 정책이다 도 지원금을 돌려내라”는 비판적인 반응이  두드러졌다.

출처: 뉴스1

출판업계에 이어서 영화산업 또한 차가운 현실을 맞이했다.

올해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은 총 589억 원. 작년의 850억 원보다 260억원가량 삭감됐다. 예산 삭감의 여파가 크다. 독립예술영화 지원사업은 지난해 2023년 114억 원에서 올해 2024년 67억 원으로 조정됐다. 자본이 부족한 독립영화인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또한 영화제 지원사업은 52억 원에서 24억 원으로 절반가량 지원이 사라졌다. 관련업계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피해는 더욱 크다고 전했다.

독립예술영화 지원작 수는 2023년보다 절반도 채 안 되는 49편 내외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지원자가 자기부담금 10%를 편성하여 영화 제작에 나서는 상황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개최된 수출전략회의서 세계를 뒤흔든 K콘텐츠의  한국 수출 전선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만큼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고, 잠재력 있는 영화인들을 발굴하는 독립예술영화 지원사업은 절반 이상 사라졌으며 영화제 지원사업도 반토막 난 상황으로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는 사뭇 다른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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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건희 기자
songgunh2@pikl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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