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공무원 사망
심각한 악성 민원 시달려
행안부, 악성 민원 TF팀 신설
지난 5일 김포시청 소속의 주문관 이 모 씨가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유는 악성 민원인에게 온라인상에서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 신상이 공개되어 마녀사냥당한 것을 견딜 수 없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측됐다.
주변인들은 이 모 씨가 퇴근을 한 지 한참 지난 시각인 오전 2시까지 민원전화를 받을 정도로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공직사회는 이 모 씨가 사망해 충격에 빠졌다.
공무원들은 해당 공무원에 대한 추모의 뜻을 전하면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결국 숨진 공무원과 관련해 공무원 노조가 김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김포시청 앞에서 “악성 민원으로 초등학교 교사와 세무서 민원팀장이 숨지는 일이 일어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젊은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말하며 슬퍼했다.
“그러나 정부는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며 정부의 행동을 꼬집었다.
전날인 7일 행정안전부가 대책을 급하게 내놓았다. 이들이 내놓은 방안은 민원 접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유형별 대응 방안이 담긴 매뉴얼을 이달 중 배포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의 현장 증거 취득부터 수사 과정, 검찰 기소, 판결에 이르기까지 절차별 대응 요령도 상세히 담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직사회는 이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말한다. 2022년 당시 행정안전부는 민원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같은 민원을 3회 이상 제출하면 내부 결재를 받아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실제로 내부 종결이 이루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같은 민원을 문구만 고쳐 올리면 걸리지 않는 허점이 존재한 것이다.
또한 폭언 피해 공무원에게 1시간 이내의 휴식 시간을 준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으나 일하다 말고 쉬러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처음부터 지켜지지 않을 방침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8일 악성 민원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인사혁신처와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청 등 주요 관계 부처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TF(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운영하겠다고 알렸다.
신설되는 TF팀은 온라인을 통한 모욕과 협박 등 민원인 위법행위의 주요 유형, 법적 대응 현황, 민원 응대 방식, 민원 공무원에 대한 인센티브 현황 등을 분석할 예정으로 보인다. 민원 공무원과 관련 단체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긍해 제도 개선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첨언을 여과 없이 들을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계기관과 제도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등 민원 공무원 보호를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노총이 요구한 악성 민원에 대한 고소 고발을 의무화하고 기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일부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노총이 요구한 “악성 민원은 민원이 아닌 범죄인 만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에 대한 대응책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공무원 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5년 사이 악성 민원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7,061명 중 84%가 그런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악성 민원을 받은 횟수는 1회 미만이 30%, 월평균 1∼3회가 42.3%, 4∼5회가 12.1%, 6회 이상이 15.6%로 악성 민원을 받지 않은 사람보다 받아본 사람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노총의 석현정 위원장은 악성 민원을, 공무원을 향한 소리 있는 살인으로 비유했다.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누구도 답을 주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시급히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가 국회에서 공무원 악성 민원 처벌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김포시는 사망한 공무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인신공격성 글을 올린 악성 민원인을 경찰에 고발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공무원 이 모 씨의 개인 컴퓨터에 ‘직장에서 하는 일이 힘들다’와 같은 신세 한탄의 글이 다수 남겨져 있어서 충격이다. 김포시청 공무원 노동조합 역시 유족의 의견을 존중하며 법적 대응 등 유족의 결정에 따라 시와 힘을 합쳐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포시는 오는 12일 까지 시청 본관 앞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고인에 대한 추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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