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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거주하는 ‘유일한 박사’ 손녀 급하게 귀국하는 이유는요

송건희 기자 조회수  

유한양행 주주총회
회장, 부회장 직제 신설
재단 사유화 시도 의혹

출처: 유한양행

유한양행이 오는 1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부회장 직을 신설한다고 밝힌 가운데 내부 분열 논란으로 화제다.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해 회장과 부회장 직제를 신설하려는 회사의 움직임에 일부 직원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 내에서 회장 직급을 신설하는 건 30여 년 만의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입장의 사람들은 “현 경영진이 신규 직제를 이용해 회사를 사유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한양행 창업주인 故 유일한 박사의 하나뿐인 손녀로 알려진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 미국에서 거주하다 급하게 귀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13일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는 “유한양행이 할아버지의 창립 원칙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좋은 기업 지배 구조의 빛나는 예시였던 회사가 직원들의 신뢰를 잃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유일링 이사는 오는 15일 열릴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급하게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일한 박사의 사회 환원과 선구적인 전문 경영진 체재 도입을 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히면서, ‘청렴 기업’ 이미지가 강한 유한양행에 새로운 혁신이 좋은 쪽으로 작용할지에 대해 관심이 주목된다.

출처: 유한양행

유한양행은 1926년에 창립한 대한민국 제약업계 매출 1위의 중견기업이다. 사명은 설립자이다. 초대 회장인 유일한 박사의 이름에서 따온 유한과 세계로 통한다는 뜻의 양행을 합친 이름이다.

설립 초기에는 미국 의약품만 수입해 팔았으나, 1933년 안티푸라민을 시초로 국산 의약품 개발과 판매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1936년 대한민국 기업 최초로 전사원 주주제를 실시해 유일한이 가지고 있던 주식의 52%를 사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가족 단위 경영권 세습을 하지 않은 깨끗한 기업의 표본이 된 것이다.

이 당시 도입된 전문 경영인 체제는 외부 인사 스카우트 영입 방식이 아니라 내부 인사의 승진을 원칙으로 둔 것으로 알려져 ‘청렴 기업’이미지에 일조했다.

유일한 박사는 정경유착을 철저히 거부한 사람이었다. 법인세를 철저히 납부하나 정치자금을 주는 것은 거부했고 그 대가로 당시 국세청의 조사를 받았다.

이 당시 조사에 참여한 세무조사원은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안 나는 경우가 있구나”라고 후기를 전해 탈세 하나 없는 깨끗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유한양행의 역사상 회장에 오른 사람은 유일한 박사와 그 측근인 연만희 고문 등 두 명뿐이었다. 연만희 고문이 회장에서 물러난 것은 1996년이 마지막으로 28년 전이다. 회장과 부회장직이 정관에 명시된 적도 없다고 알려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관 개정에 반대하는 직원들은 이정희 현 이사회 의장이 ‘회장직’을 차지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정희 의장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유한양행의 사장을 맡은 사람이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회장직 신설로 인해 이들은 故 유일한 박사의 53주기가 되는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의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회장·부회장직 신설에 반발한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트럭 시위를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30년 동안 주인 없는 시스템으로 소유와 경영 분리 전통을 지닌 유한양행에 사유화 시도가 있다며 반발에 나섰다. 트럭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체 직원의 6분의 1에 달하는 300여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뉴스 1

유한양행 관계자는 익명 커뮤니티에 “퇴직금 60억 수령 이후에도 떠나기 싫어 의장직까지 만들고 이제는 회장직까지 노린다”고 말하며 이정희 의장의 행보를 지적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유한양행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사람들은 임기가 끝나면 대부분 회사를 떠났는데, 이정희 사장은 이사회 의장까지 맡았다. 그는 이사회 의장의 연임 안건도 주총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 측은 이에 “글로벌 제약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직급을 유연화하려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라,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밝혔다.

또한 “특정 인물을 선임할 계획이 전혀 없고, 주총에서도 직제만 개편할 뿐 회장 선임은 예정되어 있지 않아 적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공석으로 둘 것”이라고 해명했다.

출처: 뉴스 1

유일링 이사는 이런 이사회의 입장에 반박하기 위해 급하게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성으로 남길 자리라면 왜 만드냐, 기업은 사회와 직원의 것이라던 할아버지의 유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유일링 이사의 유한재단 이사직 재선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 구조상 공익재단인 유한 재단이 최대 주주로 회사 이익이 재단에 배당으로 돌아간다.

유일한 박사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이유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면서 만들어진 구조인데 이정희 의장이 재단 이사가 되고 유일링 이사는 재선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재단이 사유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유한양행 이사회 측은 “공익 재단에 회사 특수관계인이 20%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정희 의장과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가 포함되는 과정에서 유일링 이사의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라고 말하며 “코로나 시기 미국에 있던 유 씨가 이사회에 참석할 수 없는 물리적인 문제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 측의 해명이 사유화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박사가 지켜오던 청렴 기업의 이미지가 내부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유한양행이 개혁과 함께 깨끗한 기업의 이미지를 지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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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건희 기자
songgunh2@pikl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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