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혼인금지법률 개정 움직임
8촌 이내 혼인 무효 조항은 위헌
범위 두고 누리꾼 갑론을박
우리 민법에선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가 이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가족 간 혼인을 금지하는 법률을 개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들이 받은 보고서에는 혼인 금지 범위를 현행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 혈족으로 근친혼 범위가 축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고 한다.
현재 민법 제809조 1항에서는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규정했다, 제815조 2호에서는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의 혼인을 무효 사유’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헌법재판소는 제815조 2항에 대해 위헌이라는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혼인 취소를 통해 관계가 해소된다면 일단 형성된 결혼 당사자나 자녀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면서 입법 취지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이유다.
다만 제809조 1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했다.
그런데도 범위 축소 논의가 진행된 이유는 한 사례 때문이었다.
지난 2016년 미국에서 귀국한 A씨와 B씨는 혼인신고를 했으나 B씨가 A씨와 자신은 6촌 관계라 주장하며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1심, 2심 모두 혼인 무효 판결을 내리자 A씨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
법무부는 “A씨와 B씨가 6촌 사이인 것을 모른 채 결혼한 건 무효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두 가지 배경을 덧붙였다. 이는 A씨 측에서 나온 주장이다.
최근 핵가족화가 진행되며 가족에 대한 사회인식이 급격히 변화했다. 친척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해외에선 근친혼을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과 영국은 인척간 혼인을 금지하지 않으며, 일본과 중국, 필리핀 등은 3~4촌 이내나 방계혈족처럼 좁은 범위에 제한을 둔다.
근친혼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유전질환은 어떻게 설명될까?
당시 A씨는 “유전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6~8촌인 혈족 사이 혼인의 경우에는 그 자녀에게 유전질환이 발현된 가능성이 비근친혼 자녀의 경우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에 법무부는 “유전학적 측면에서 근친혼의 경우 유전적 질병의 발현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 인정되는 이상 이를 고려함이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들은 범위 기준, 가치관 정도 차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현행 범위를 유지하는 쪽은 “교류가 없다해도 공통 유전자로 얽힌 친인척이다”, “5촌부터 가능하단 건데, 생각보다 5촌은 가까운 사이다”, “저 같은 경우 6촌 동생까지 친한 가족이라 거부감이 듭니다”, “시대가 변해도 지킬 건 지키고 살아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정서상 5촌끼리 결혼하는 일은 없을 듯”, “5촌 결혼 허용된다고 치자, 그럼 당장 5촌, 6촌이랑 결혼할 거 아니잖아”, “그냥 싫은 사람은 결혼 안하면 될일”, “간통죄 없어진 것처럼 민법이 헌법에 맞지 않은 일이니 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라며 개정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편 헌법불합치란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만 바로 무효화하면 혼란이 발생하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잠시 효력을 존속하는 결정이다. 입법부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민법 제815조 2호는 올해 12월 31일 이후 효력을 잃는다.
이에 따라 법 개정 과정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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