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로등 철거 포착
경의선 육로에 지뢰 매설
남북 관계 단절 의지 드러내
최근 한국에 대한 적대심을 여과 없이 드러낸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과 개성공단에서 남한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가로등을 철거하며 재차 분노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측은 도로 주변에 군대를 재배치하는 등 대남 적대시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이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최근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주변 시설물을 철거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철거된 시점은 지난달로 알고 있다”고 전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성준 공보실장이 말한 주변 시설물은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 있는 가로등을 말하는데, 이 가로등의 철거 상황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이다.
지난 2004년 완공된 경의선 도로는 남북의 연결 공사가 진행되고, 이듬해 남북 출입사무소가 설치되면서 개성 공단을 오가는 길목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인원이 철수한 이후로는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후 2005년 개통된 동해선의 경우 금강산의 육로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차량이 오가며 남북의 통로 역할을 하는 주요 도로로 알려졌다. 이 도로는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와 북한 금강산의 온정리를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동해선의 경우 지난 2008년 박왕자 씨가 북한 초병에 의해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금강산의 관광이 중단되며 도로가 폐쇄되었다.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았던 이 도로의 가로등 철거에 대해 통일부는 “남북 합의 정신 위반 사항”에 속한다고 밝히며 “이 사업은 정부의 차관 지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북한에 상환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측이 갑작스레 가로등을 철거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의견은 북한 측이 가로등까지 철거하면서 남북 관계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행위로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 1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는 행보를 보인 데 이어 가로등까지 철거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밝힌 남북 단절 선언과 이어지는 후속 조치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관계는 현재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이 직접 나서 경의선 등 접경지역 남북 연결을 철저히 분리하라고 지시하는 등 남북 관계의 완전한 단절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행보로 추측된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로등의 철거를 지시한 이유로 북한 내 쓸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북한이 현재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십 개의 가로등을 철거해 고철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자원이 부족해 가로등을 철거해 사용한 것이라면 통일부가 밝힌 의견에 따라 계약이 맺어져 있는 차관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 가로등 계약에 대한 차관을 상환해야 한다.
지난 2001년~2008년까지 진행된 경의선 및 동해선 북측 구간 철도 도로, 역사 건설 사업에 필요한 자재, 장비 등에 대해 우리 정부는 1억 3,290만 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이는 한화로 약 1,825억 원 상당의 현물 차관을 지원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 측이 가로등을 철거한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이 더 이상 없음을 상징하는 메시지로 보기도 한다.
한편 북한 측이 심상치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행동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최근 북한이 동해선 일부 시설물을 철거한 것을 확인했으며 군사적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히며 “북한군 동향을 군에서 예의주시하며 추적 관찰 중이다”라고 전했다.
군 당국 역시 북한의 가로등 철거 이유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를 통해 나오는 결과를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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