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요즘 ‘벽화’를 지우고 있는 이유, 의외였다

북한 매체 김일성 생일 ‘태양절’ 지칭 삭제
김정은 자신 우상화 위해 모자이크 벽화 설립
정권 지키려 4대 세습 본격화하는 김정은

북한이 최근 김일성 우상화를 멈추고 ‘태양’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사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8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매체 노동신문은 전날 보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을 향해 ‘주체 조선의 태양’이라고 지칭하며 찬양했다.

앞서 북한 매체가 보도하는 사진이나 영상 등에서 김 위원장을 ‘주체 조선의 태양’이라고 칭하는 선전물이 확인되긴 했지만, 주로 김일성 생일을 의미하던 ‘태양절’ 표현이 최근 나오지 않는 상황과 맞물려 더욱 북한 내부의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김일성·김정은 등 선대에 대한 신격화와 우상의 강도는 줄이면서, 우상화의 초점을 김정은 위원장 즉 자기 자신에게 맞추려고 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북한 매체는 올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태양절’이란 표현을 사실상 나타내지 않으면서 ‘4.15’나 ‘4월 명절’ 등으로 완화한 표현을 주요 사용하고 있다.

북한 내부 곳곳에 비치된 경축 홍보·선전물에서도 ‘태양절’ 표현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14일 노동신문은 보도에서 김일성 생가가 위치한 만경대를 기존에 불렀던 ‘태양의 성지’로 지칭하는 대신 ‘애국의 성지’라고 부르는 등 선대 지도자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더하여 김일성 생일 당일에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간부급까지도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를 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앞서 2020년과 2022년에도 태양궁전문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간부들마저 참배 일정을 빠뜨린 건 김정은 정권 이후 처음으로 이례적인 상황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신에 대한 우상화 사업은 지난해(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의 모자이크 벽화가 수도 평양에 지난해 처음 등장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역대 지도자인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같은 반열에 올랐음을 명시하고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당시에 풀이됐다.

지난해 3월 조선중앙통신은 평양 만경대혁명학원에 김 위원장의 대형 모자이크 벽화가 설치됐으며, 준공식을 열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준공식에는 리일환 당 선전비서를 비롯해 리히용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고위 관리자와 교직원 등 학원 관계자가 참여하면서 김 위원장은 우상화 사업을 통해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모자이크 벽화는 2000년대 초 김정일 정권 당시 선전 목적으로 북한 전역 곳곳에 설치되기 시작해서 아버지인 김일성 선대 지도자부터, 김정일의 모습을 주로 담아왔는데, 이제는 김정은의 벽화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2022년 10월 12일 함경남도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에서 김 국무위원이 ‘착공식에 참석해 첫 삽’을 뜨는 장면을 그린 벽화가 최초로 포착돼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어 4개월이 지나 조선중앙TV의 보도를 통해 함경북도에 위치한 중평온실농장 관련 장면에서 김 위원장이 ‘홀로 농장 식물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려진 벽화도 추가로 등장하는 등 분위기 변화를 꾀했다. 

당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정치·경제·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김일성·김정일의 반열에 등극했다는 것을 인민들에게 보여주려는 것과 선대 지도자만큼의 힘을 가지려는 의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김정은은 4대 세습을 이어가려고 적극적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신의 자녀 김주애를 공식 석상에 동행하는 등 후계자를 매체에 노출하고 있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로 오랜 시간 경제 억압을 받아왔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부에서 경제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북한 주민이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자신의 정권을 지키기 위한 김정은이 자녀를 동원해 4대 세습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매체는 올해 초 김 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온실공장 준공식 참석을 보도하며 “김정은 동지께서 사랑하는 자녀분과 함께 준공 및 조업식장에 방문”했다고 전하며, 이어 “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 당과 정부 및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 강동 종합 온실을 돌아봤다”고 전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향도’ 표현에 주목하며 복수 형태로 넣었다는 점에서 김주애에게도 김 위원장과 같은 지칭을 붙인 게 아니냐며 북한의 4대 세습의 강화를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