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사업의 기밀 유출한 기업이 알고 보니…경쟁사였다

한화 오션 소송전 시작
HD 현대중공업이 기밀 유출
“임원 개입, 명백한 증거 있다”

KDDX 사업의 상세설계 입찰을 앞두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기밀 유출이 ‘임원급 인사’가 포함되어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이번 KDDX 사업에는 총 8조 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이 5일 한국형 차기 구축함인 KDDX 사업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의 기밀 유출이 중대한 범법 행위라고 거듭 주장했다. 입찰을 제한하지 않은 방위사업청에 행정지도 결정 이유를 반박하며 책임을 물었다.

한화오션은 이날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KDDX 사업 기밀 유출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장 제출 입장을 설명했다.

한화 오션 사내 변호사인 구승모는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해 비인가 서버에 저장하는 심각한 보안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없었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고, 방위산업의 정의와 공정을 확보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하며 기자회견의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이들은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확보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공개하며 이번 기자회견이 기밀 유출 당사자이자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과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HD 현대 중공업 직원 9명이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하여 군사기밀 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작년 11월에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법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군사 비밀 문서를 열람하고 촬영했을 당시 회사 임직원들이 인지하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고 밝혔다.

“고위 임원의 명시적,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는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군사 기밀을 탈취하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화오션의 주장에 HD현대중공업 측은 “한화 오션의 주장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임원 개입 여부 등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말하며 반발에 나섰다. 추가로 “발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한 것으로 사실 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위사업청이 예규에 따라 HD현대중공업에 보안 감점 1.8점을 부과해 오는 2025년까지 해당 감점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사청이 국가계약법과 방사법에 따라 지난달 27일 계약 심의위원회를 열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여부를 따진 후 행정지도 처분을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방사청은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 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참가를 제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방사청의 의견과 달랐다. 검찰 수사 기록 등으로 임원이 개입한 정황이 확인된다고 주장하며 현대중공업 직원 유죄 확정 판결문, 군사기밀 유출에 관여한 군인 또는 공무원 군사재판 기록, 군인 또는 공무원의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수사 기록, 울산지검 수사 기록 등을 제시하며 임원 개입 정황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직원 유죄 확정 판결문에 ‘비공개 서버’를 운용한 사실이 적혀 있었는데 서버 운용 예상 집행에 임원 결재가 필요한 점을 꼬집었다. 또한 군사기밀을 제공한 군 관계자 군사재판 기록을 제시하며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뿐만 아니라 ‘경영지원정보부’가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직원이 KDDX 개념설계 보고서를 열람했으며,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는 점이 기록에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 ‘중역’이 개입했다는 진술이 있었는데 안보지원사 특별사법경찰의 현대중공업 직원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피의자,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습니다. 맞습니까’라는 질문에 직원은 “예”라고 답한 점이 명백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고발이 어떤 이해관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군 수사기관이 송치하고 민간 검찰이 기소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아쉬운 부분을 꼬집은 것이라는 게 한화오션의 주장이다.

“임원에 대해 제재하지 못하면 조직적이고 암행적인 관행을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 말하며 “한화오션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기문란을 바로잡고 국가 안보를 세우는 원칙을 정립하자는 취지에서 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특수선 사업이 두 기업 양강 체제이기 때문에 이런 고발전까지 벌어지게 된 것으로 판단한다.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 설계까지 맡는 것이 관행이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KDDX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진행하고 기본설계는 현대중공업이 진행했다.

한화오션 측은 “KDDX가 경쟁입찰로 간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수주할 것”이라 말하며 “자사의 이익을 위해 고발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