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신동훈·김예민·김나연
SM엔터테인먼트 출신
자체적 이사회 개최 가능
K-POP 시장을 선도하는 엔터테인먼트 1위 기획사 하이브가 소속 레이블 겸 자회사 어도어에 대한 감사권 발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국내 엔터 산업 역사상 본사와 산하 레이블의 유례없는 갈등으로 K팝 팬들의 관심과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2일 하이브가 어도어 민희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자체 감사팀을 꾸려 이날 오전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 회수와 대면 진술 확보에 나서고,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브 측이 민희진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에 발송한 감사 질의서에는 어도어 경영권 탈취 모의 내용, 사업상 비밀 유출, 인사 청탁 등 어도어 경영진들이 저지른 비리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의 주요 경영진들은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거나 하이브가 보유 중인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고, 인사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이브는 내부적인 조사로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정황을 확인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추측된다.
하이브 측은 어도어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해외 투자자문사,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관계자 등에게 매각 구조를 검토받는 등 부적절한 외부 컨설팅을 받은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브의 한 관계자는 “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80%를 현재 어도어 경영진에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매각도록 하려는 시도가 포착됐다”고 밝히며 어도어가 경영권 확보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하고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어도어의 지분 구조는 현재 하이브가 80%, 민희진 대표가 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민희진 대표는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어도어 지분 18%를 매입, 하이브에 이어 어도어의 2대 주주가 된 바 있다.
조사 과정에서 하이브는 어도어 부대표 신동훈 씨를 이번 사태의 중심인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회 멤버를 민희진 대표 사단으로 전면 교체했기 때문에 하이브의 주요 인사들이 자리 잡고 있던 초기 어도어의 이사회에서 민희진 대표와 한솥밥을 먹었던 식구들이 자리 잡은 이사회로 변한 것이다.
신동훈 부대표는 민희진 대표와 SM엔터테인먼트 재직 시절부터 수년간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한 인물이다. 당초 신동훈 부대표는 하이브 재무부서에서 기업설명(IR)을 담당하며 상장 업무 등을 수행하다 올해 초 어도어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희진 대표는 신동훈 부대표를 ‘인간 교과서’라고 표현하고, 하이브 조직 내에서는 신동훈 부대표를 ‘민희진의 오른팔’로 부를 정도로 민희진 대표와 유대관계가 끈끈한 것으로 보인다.
신동훈 부대표는 현재 하이브 재직 시절 하이브의 재무 정보와 계약 정보 등 핵심 영업비밀을 확보하고 이를 경영권 확보 계획 수립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희진 사단의 주요 멤버로 불리는 김예민 디렉터 역시 SM 엔터테인먼트 재직 시절부터 민희진 대표와 다년간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 한 인물이다.
김예민 디렉터는 민희진 대표와 함께 SM을 퇴사한 이후 지금까지 민 대표와 가장 오랫동안 일을 함께하며 ‘민희진의 수제자’로 불리기도 한다.
민희진 대표와 김예민 디렉터는 지난 2021년 기존 빅히트뮤직이 하이브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HYBE: NEW BRAND PRESENTATION’을 함께 하는 등 SM엔터테인먼트에서의 브랜딩 노하우를 하이브에 접목한 주요 멤버로 알려졌다.
김예민 디렉터의 뒤를 이은 김나연 디렉터 역시 SM엔터테인먼트에서 신입사원 때부터 민희진 대표와 함께 일하다가 동반 퇴사 후 하이브로 이직했으며, ‘민희진 키드’ 단어의 창시자로 K팝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하이브는 이들이 핵심 멤버로 자리 잡고 있는 ‘민희진 사단’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공론화하고 있다. 실제로 어도어의 이사회가 민희진, 신동훈, 김예진 등 총 3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체적인 이사회 개최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외부 투자유치를 진행하려 했다면 지분 희석 및 지분/주주 구성 변경 시도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사회의 승인만 있다면 외부 투자 승인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할 수 있단 것이다.
만약 어도어 경영진이 외부 투자 유치를 끌어냈다면 하이브가 보유한 지분 80%의 가치가 희석되며 하이브는 대주주라는 명목상의 지분 구조만 남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의 이런 처사에 대해 ‘아일릿의 뉴진스 콘셉트 도용’이 문제가 됐다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뉴진스 카피 논란이 일어난 걸그룹 ‘아일릿’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 랩에서 지난달 선보인 신인 걸그룹으로, 민희진 대표는 자신이 이끄는 어도어의 인기 가수 뉴진스를 음악적 특징이나 시각적 콘셉트 등을 따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희진 대표는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하이브 측에 이의를 제기하자 하이브가 자신을 해임하려 한다며 반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영권 탈취 시도’라는 의혹을 씌우고 있는 하이브 측을 향해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희진 대표 역시 하이브 측이 주장하는 의혹에 의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영권 탈취 의혹 문제가 떠오르자, 하이브의 주가는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기준 하이브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81% 내린 21만 2,500원에 장 마감했다.
23일 4시 기준 하이브의 주가는 전일 대비 1.18% 하락한 21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민희진 사태’가 터지자, 하이브의 주가가 약 9%가량 하락한 것이다.
또한, 이 의혹에 연루된 뉴진스와 아일릿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오는 5월 복귀를 앞둔 뉴진스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뿐더러, 아일릿이 데뷔하지 얼마 안 된 신인의 상태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K팝 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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