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낙선자 오 시장과 저녁 식사
서울시 당 요청으로, 위로 차원의 행사
일각에서 차기 대선 출마 몸풀기 의심
지난 19일 저녁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남동 시장공관에서 국민의 힘 4·10 총선 서울 동·북부 지역서 낙선한 14명과 함께 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2일에는 서울 서·남부 지역서 낙선한 이들과, 23일에는 서울 지역 당선자들을 모아 만찬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권에서는 “오 시장이 차기 대선에 대한 희망을 품고 몸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오 시장은 서울 동·북부 지역 낙선한 이들과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승리하지 못한 지역이라도 총선 때 내걸었던 공약은 서울시에서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며 “서울시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재영(강동을) 후보는 매체와의 통화에서 “총선에서 낙선자들이 낸 공약을 잊지 않겠다고 언급하는 것은 낙선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니 해당하는 이들에게 상당히 위로되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오 시장은 서울시 정책 가운데 시민에게 긍정 평가를 받는 ‘안심 소득’,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서울런’, ‘손목 닥터 9988′ 등의 사업이 이번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사실에 대해서도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전해진다.
오 시장은 총선 전 당 고위 관계자와 만나고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정책 가운데 시민 호응이 높았던 것을 당 차원의 공약으로 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에선 “검토해 보겠다”라고 말한 뒤 채택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식사 자리 참석자는 “서울에서 우리 당이 낙선한 지역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가진 곳인데, 이런 지역 주민들에게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정책에 조금 더 치중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같은 얘기를 오 시장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은 ‘이재명·조국 대표 심판론’이 총선에서 너무 부각되고 정책 관련한 캠페인이 잘 전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김영우(동대문갑) 후보는 “수도권 경쟁에서 크게 패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또한 우선 낙선한 정치인과 오 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을 만남 후에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는 게 나았을 것 같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이에 오 시장은 “여당에서도 지난 16일에 열린 당선자 총회 이전에 낙선자 간담회(지난 19일)를 먼저 개최해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하여 오 시장은 “당정에 국가 행정에 관계되는 사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도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았던 오신환(광진을) 후보는 선거 기간에 참여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발언으로 강성 지지층과 유튜버의 거센 비난을 받은 어려움을 얘기하자, 오 시장은 “우리가 청년과 중도로 외연을 넓혀가야 하는 와중에 강성 지지자의 얘기만 수용하고 선거를 치를 수 없진 않으냐”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이번에 진행된 식사 자리는 국민의힘 서울시당의 요청을 받고 낙선자들을 위로하는 차원에 마련됐다”며 “서울 지역 민주당 당선자들과의 만남도 계획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선동(도봉을) 후보는 “식사는 두어 시간 정도 진행됐는데 낙선자들 사이에서는 ‘정권 심판론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매우 힘든 선거를 치렀다’는 얘기가 주로 나왔다”고 상황을 전달했다. 다른 참석자는 “오 시장은 낙선자를 위로하며 ‘나와 함께 가자’ 등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 출마자 상당 인원은 총선 기간 오 시장을 찾아가 자기 지역구와 관련한 정책을 건의 및 논의를 한 후 함께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는 등 ‘오세훈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총선이 종료되자 이번엔 오 시장이 그들을 자신의 잠재적인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니냔 추측도 나온다.
앞서 오세훈 시장은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을 맺은 제22대 총선과 관련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견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이 아닌 광역단체장이 총선 이튿날 선거 결과와 관련한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 사건이다.
이에 일각에선 ‘합리적 보수’로서 탄탄한 입지를 쌓아온 오 시장이 대통령실 및 집권 여당이 강경보수로 국정을 이끌다 민심의 직격탄을 맞이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 인물로 떠오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오 시장은 이러한 사실에 확대해석을 경계한다며 어떠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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