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리 돈 빌려 철도 짓더니…갚지도 않고 ‘이것’ 철거했다

북한 경의선 철도, 동해안 육로 가로등 철거
통일부, 차관계약 이뤄진 사업 상환의무 있어
지난해엔 해당 철도·도로에 지뢰 매설하기도

지난 18일 통일부는 북한이 경의선 및 동해선 육로(통행로) 옆 양측으로 이어진 가로등 수십 개를 철거한 사실을 밝히며 “북한 지역의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우리 정부의 차관 지원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북한에 상환의무가 있단 점을 분명히 성명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통일부 담당자는 기자들과 자리를 마련해 “북한이 진행한 동해선 육로 사업은 이미 차관계약이 체결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사가 완전히 종료된 이후 차관 금액이 최종 결정되기도 전에 공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진행이 멈춘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북한이 정확하게 얼마나 상환해야 한다는 최종 금액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이러한 사실과 무관하게 남은 공사 과정을 거친 후 북한이 우리 정부에 상환의무가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지난 2002년 9월17일 체결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공사 자재 및 장비 제공에 관한 합의서’에 따르면 “남측은 경의선을 비롯해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공사에 필요한 자재 및 장비를 북측에 차관방식으로 제공한다”고 명기된 점을 들며 지적했다.

당시 해당 철도·도로에 대한 자재와 장비 등 현물차관 규모는 총 1억 3,290만 달러(한화 약 1,800억 원)로 막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차관 상환기관은 차관 제공한 시점 이후 거치기간 10년을 포함하여 30년으로 규정하며, 이자율은 연 1.0%로 낮은 편에 속한다.

북한의 국가채무 상황은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약 30개국에서 140억 달러의 채무 규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채무 상황은 OECD가 1998년 이후 추정치라도 집계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어 정확한 사실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북한은 전혀 상환하지 않고 일언반구 없는 상태다. 이에 당국자는 “북측 구간 연결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차관 발생 시점과 차관 금액을 최종 확정하기 어렵지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이성준 합동참모본부(합참) 공보실장은 “우리 군은 북한이 최근 경의선과 동해선 주변 가로등 등 시설물을 철거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북한 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 “그 저의에 대해서는 면밀히 분석 중이고, 현재 판단에 따르면 군사적인 영향이 없는 행동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더하여 합참은 미국 태평양함대사령관이 한국을 방문한 사실을 전하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김명수 합참의장을 만나 북한에 대적하는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사실도 전했다. 

경의선 도로는 개성공단으로 가는 남한과 북한의 유일한 통로로 평화의 길로 알려져 있다. 동해선 육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에 이뤄진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행 차원에서 진행됐으며, 2002년 8월 잇기로 두 국가 모두 동의한 도로다. 이후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차량이 오가는 육로(통로)로 사용됐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2월 한국 정부에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북한은 2020년 개성공단 건물을 폭파하는 영상을 공유하며 남북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금강산 관광 역시 2008년 7월 발생한 북한군에 의해 남한 관광객이 총격당한 사건 이후로 오랜 시간 잠정 중단된 상태로 해당 도로도 이동량이 없는 상황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2023년) 말부터 경의선 및 동해선 인근에 대량의 지뢰를 매설해 누구도 이동하지 못하게 조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가로등 등 시설물을 철거한 건 최근 ‘2국가론’을 주장하면서 남한과의 완전한 결별 의사를 밝힌 북한이 소리 없는 시위에 행위를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더하여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소통에 재개 가능성이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가로등 철거를 통해 남북 관계 단절 의지를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라전망대나 판문점을 통해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인 경의선과 달리, 동해선은 지형상 일반인 등의 접촉이 어렵고 맨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점에서 ‘대남 시위용’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자재가 부족한 북한의 상황을 고려해 고철을 재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철거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