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경영’ 고수하던 삼성전자, 노조 창립 허락하게 된 진짜 이유

첫 단체 행동 앞둔 전삼노
‘무노조 경영’ 고수하던 삼성전자
이재용의 폐기 선언…왜?

‘삼성전자 노조’라 불리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오는 17일 경기도 화성시 DSR타워에서 첫 단체행동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노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창업주의 신조로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삼성전자에 왜 노조가 생겼을까?

그동안 삼성은 이병철 창업주 시절부터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왔다. 노조를 설립하지 않고 회사와 노동자가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게 이 창업주의 철학이었다.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면서 성장해온 삼성전자였지만, 회사의 성장에 비해 낮은 임금 인상률이 불만이던 직원들의 연대는 피할 수 없었다.

2018년 5월 전국삼성전자사무직노조가 처음 생기더니 이어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이 탄생했고, 2019년 11월 최대 규모인 전삼노가 출범했다.

이듬해 2020년 5월, 당시 부회장이던 이재용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하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전에 전삼노가 정식 출범하면서 사실상 무노조 경영은 이때 깨졌지만, 홍수의 입으로 다시 한번 확실하게 폐기 선언을 약속한 셈이다.

이전까지 삼성전자는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 정황이 드러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었고, 이에 이재용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한 것이라 풀이됐었다.

반도체를 통해 국내를 넘어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무노조라는 질적 성장 저해 요인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던 노릇이었다.

이후 전삼노에 조합원 수가 빠르게 증가해 이달 기준 2만7,45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과 삼성전자의 4개 노조(사무직노동조합, 구미네트워크노조, 동행노조, DX노조)는 얼마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조합원의 74%가 쟁의에 찬성해 쟁의권을 법적으로 확보했다.

1969년 창사 이후 파업이 벌어진 전례가 없어 이번 전삼노의 단체 행동에 이목이 집중됐다.

현재 전삼노는 임금 인상과 복지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6.5% 임금 인상에 유급휴가 1일 추가를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5.1%로 제시했다.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이달 초 삼성전자 공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 6천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31.2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6조 5,700억 원보다 많다. 매출은 71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37% 증가했다.

지난 4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3년 중 최고가은 8만 5,300원을 기록했다가 연속 하락 중이다.

15일 기준 전날 대비 1.79% 포인트 하락한 8만 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