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램스 대표
SEC 제기한 민사소송 패소
미국 송환 가능성 높아
지난 5일 미국 맨해튼 배심원단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 사기 혐의에 대해 테라폼랩스와 공동 창업자인 권도형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앞서 SEC는 테라폼랩스가 테라의 안정성에 관해 투자자들을 속였고 약 400억 달러(약 54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혔다며 2021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배심원단은 권씨에게 고의적으로 투자자들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해 SEC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에 따르면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UST의 안정성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호도했다. 재판부는 또 한국의 결제 시스템인 차이(Chai)가 자사의 기술을 활용했다는 허위 주장을 펼친 사실도 확인했다.
SEC 집행 이사인 구르비르 그레왈은 테라의 속임수로 인해 투자자들이 입은 상당한 손실을 강조했다. 그는 암호화폐 회사들에게 규정 준수와 투자자 보호를 우선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테라랩폼스 측은 “증거가 뒷받침한다고 믿지 않는다”며 “평결에 실망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평결은 형사재판과 별도로 제기된 민사재판이다. 현재 권도형은 증권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뉴욕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지난해 3월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당한 뒤 이후 아직 구금상태다. 당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여권을 이용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출국하려다가 붙잡혔다.
한국과 미국은 권씨가 체포됐을 때부터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였다. 당초 미국 진출이 예정됐던 권씨의 운명은 항소법원의 개입으로 바뀌었다.
항소법원은 한국 송환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윽고 현지 대법원이 권도형의 한국행을 무효화하면서 미국행 가능성이 커졌다.
범죄인 인도 허가 및 우선순위 결정은 법원이 아닌 관할 장관이 해야 하는데,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이 그동안 여러 차례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권씨 인도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혔고, 몬테네그로 주재 미국 대사에게 권씨를 미국으로 보낼 계획이라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은 경제범죄에 중형을 선고하는 편으로 알려졌다.
과거 투자자 약 4만 명을 상대로 650억 달러를 사기 친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 버나드 메이도프는 150년형을 선고받았다. 70억 달러의 금융사기 혐의를 받는 앨런 스탠퍼드 전 스탠퍼드 인터내셔널 그룹 회장도 징역 110년형이 떨어졌다.
국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사례를 기반으로 권도형의 처벌을 징역 100년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권도형은 2개 나라 위조여권을 만들었고, ‘전 재산을 다 잃었다’고 했는데 스위스 은행에 비트코인 등 약 2000억원을 갖고 나왔다는 게 입증되어 거짓말이 양형에 반영될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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