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
BBC의 탄소 배출 지적에 발끈
“우리를 가르칠 권리 있느냐”
‘신흥 산유국’이라 불리는 남미 국가 가아아나의 대통령이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불편함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영국 BBC방송은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과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이 인터뷰는 ‘석유는 가이아나에 축북인가 저주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인터뷰 중 진행자는 “가이아나의 석유 개발로 탄소 배출이 심해져 기후 변화 문제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알리 대통령은 발끈했다.
그는 “말 좀 멈춰 봐요. 제가 얘기할게요. 가이아나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면적을 합친 크기의 숲이 있다는 걸 아나요?”라 반문했고, 진행자는 “그렇다고 탄소를 배출할 권리가 있는 거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알리 대통령은 “당신이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를 가르칠 권리가 있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우리(가이아나)는 당신과 전 세계가 누려왔으면서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은 숲을 지켜왔다”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삼림파괴율이 가장 낮다. 최대 규모 석유·가스 탐사에도 우리는 여전히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수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혁명으로 환경을 파괴한 선진국, 그것도 영국이 이제 와 가르치려 든다고 지적한 것이다.
당황한 진행자가 다음 질문을 던지려 하자 “아직 내 말 안 끝났다”면서 선진국들이 가이아나와 같은 ‘후발주자’를 두고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했다.
이 대담은 전 세계 SNS에서 화제가 됐다. 영상을 접한 국내 누리꾼도 “백인들, 특히 영국은 이런 말 할 자격없다”, “세계사에서 가장 거만 떠는 나라는 영국”, “알리 대통령 발언 속이 다 시원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 이후 석탄을 많이 태우기 시작했다. 석탄에서 나온 이산화황이라는 물질이 공기 중에서 미세먼지를 만들었다. 농촌에는 무분별하게 공장이 들어섰고, 이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심각하게 겪었다.
가이아나는 이전까지만 해도 쌀과 사탕수수에 의존하던 농업국이었다. 인구는 약 80만명이지만 면적은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약간 작은 21만㎢에 달한다.
그러다 지난 2015년 대규모 원유가 매장된 것을 확인하면서 신흥 산유국으로 떠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가이아나는 2022년 무려 62.3% 성장해 세계 최대 경제 성장국 자리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가이아나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현재 39만 배럴에서 2027년까지 100만 배럴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며 2027년까지 가이아나 유전의 시장 가치가 1800억달러(242조9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와 유전을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 1위지만, 대체로 황 성분이 섞인 중질유라 고도화 공정이 필요하다.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의 유전을 노리는 이유다.
베네수엘라는 19세기 초반부터 이곳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왔다. 베네수엘라가 해당 지역을 무력 침공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가이아나는 미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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