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제60기 정기주주총회
신동원 “수출 전용 공장 짓겠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전체 견인
국내 라면업계 1위를 달리는 농심이 새로운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한다. 얼마나 잘 나가고 있길래 생산을 늘린다는 것일까?
22일 열린 농심의 제60기 정기주주총회에 나온 신동원 농심 회장은 이 자리에서 “평택(포승공장), 부산(녹산공장) 등 기존에 확보된 부지에 수출 라면 전용 공장을 세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농심은 경기도 평택시와 안성시, 충남 아산시, 경북 구미시, 부산 사상구와 강서구 등 6곳에 공장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은 건 2007년 강서구의 녹산공장이다.
17년 만에 내수용이 아닌 외수용 라면을 위한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바로 실적에 있었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3조4106억원, 영업이익은 21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9%, 89.1%나 증가한 수치이며, 영업이익률은 6.22%다.
사측은 실적을 두고 “해외에서 신라면이 꾸준히 성과를 보인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농심의 해외법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25% 상승해 전제 이익을 끌어올린 것이다.
미국법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4%, 131.4% 상승했고, 중국법인의 매출은 4.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11% 상승했다.
해외 인기에 대해서 농심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지면서 해외에서 저렴한 가격에 맛있게 한 끼를 채울 수 있는 라면의 매력이 재평가되는 중”이라 분석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공장에서 나올 라면은 어디로 갈까?
신동원 회장은 “현재는 수출이 좋아 유럽 지역에 판매법인을 설립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 밝혔다. 이에 새 공장의 물량 대부분 유럽 지역에 수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농심에 따르면 유럽은 ‘신흥 시장’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신라면 매출이 농심 유럽지역 라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 매출 역시 2019년 2500만달러에서 지난해 6010만달러로 늘었다.
또 유럽연합의 과도한 규제로 육류 성분을 함유한 라면을 수출하기가 쉽지 않아서 새 메뉴 개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었다.
이날 신동원 회장은 “올해 라면 가격 인상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밀가루 가격은 2년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쟁으로 폭등세를 이어오다 그해 10월 하락세로 돌아왔다. 이에 국제 곡물 시세에 따라 밀 수입 가격도 내려가는 분위기이며 정부는 농심 등 가공식품업체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지난해 7월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압박이 지속되면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신동원 회장은 신춘호 선대 회장의 장남으로, 시장변화 흐름에 편승하기보다 기존 부문 점유율을 강화하는 경영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1년 ‘하얀 국물’ 열풍 당시 기존 제품에 주력했는데, 초반에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열풍이 금세 사그라들며 오히려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평소 연구개발에 관심이 많아 ‘짜왕’ 흥행의 주요소였던 굵은면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의 해외사업은 신 회장이 시작을 끊었다. 1996년 중국 상하이에 라면공장을 시작으로, 1997년 칭다오공장, 1999년 선양공장 등 중국법인을 세웠고 2005년엔 미국공장 준공도 해냈다.
최근엔 생수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이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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