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정·재계 인사 조문 행렬
‘섬유산업의 선구자’ 평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지난달 29일 만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재계 거목의 사망에 빈소에는 수많은 정·재계 유명인사가 찾아와 조문했다.
가장 이목을 끈 인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과 조 명예회장은 사돈 관계로, 고인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회장과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 씨는 부부다.
이 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 재임 때 (고인이)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됐다”며 “그 당시 국제 금융 위기가 와서 경제가 어려울 때니까 전경련 회장(조석래 명예회장)이 인솔해서 기업인들이 협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도 빈소를 찾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모친 홍라희 여사와 함께 빈소가 차려진 지 1시간 만에 장례식장을 찾았다.
조 명예회장의 부친인 조홍제 효성 창업주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사이가 깊었다. 고향 동창이며, 두 창업주는 삼성그룹의 시초인 삼성물산을 공동으로 창업했다.
이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김진표 국회의장,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특히 한미 경제 등에서 큰 역할을 많이 하셨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국내 섬유·화학 산업의 초석을 닦은 선구자’라는 평을 받는 조석래 명예회장은 조홍제 창업주의 장남으로, 1966년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교에서 화학공학 박사과정을 준비하던 중 귀국해 기업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을 지휘했고 1973년 화섬사업을 영위하는 동양폴리에스터를 세웠다. 1975년 한영공업(현 효성중공업)을 인수해 중화학공업에도 진출했다.
1982년 효성중공업 회장직을 물려받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기술을 중시한 조 명예회장은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효성의 대표 제품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을 생산했다.
이후 자력으로 스판덱스 상업화에 성공했고, 2011년에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고성능 탄소섬유를 세계 3번째,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적용한 타이어코드도 세계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업적으로 금텁산업훈장을 수여한 바 있다.
경영에 있어선 효성그룹의 조직을 퍼포먼스 유니트체제로 바꾸고 PU별 책임 경영체제를 강행하였으며, 비핵심 계열사 및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했다.
2000년대 이후로는 효성그룹 회장뿐 아니라 여러 조직의 수장을 많이 맡았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태평양경제협의회 총회에서 회장에 선임되어 활동했으며,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한일경제협회 회장 그리고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역임했다.
이 밖에도 일본과의 우호 협력과 관계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8회 한일포럼상’을 받았다. 그는 한일포럼과 함께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개최를 처음 제안했고 한일 양국 간 비자 면제, 역사연구공동위원회 설치 등을 이뤄냈다.
2017년 고령(당시 82세)과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을 장남 조현준에게 넘겨줬다.
한편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인 조현준 회장과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회장 등이 있다.
재계에서는 조 명예회장의 보유한 효성 계열사 지분만 총 7200억원 규모가 넘어 상속세는 최소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에 따라 세 아들에게 지분이 어떻게 돌아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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