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고 잦은 수도권 1호선
한국철도공사 직원의 폭로글
제조업체를 원인으로 지적
이달 중순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열차가 잇달아 고장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 18일 오전 9시 10분경 인천 방면 열차가 도봉역에서 고장나면서 승객 400여 명이 다음 열차로 갈아탔다. 약 2시간 후, 11시 8분경 도봉산역에서 인천 방면으로 가는 열차가 또 한 번 멈춰 승객 200명이 다른 열차를 이용했고 후속 열차 9대의 운행이 15~60분 늦어졌다.
사고 원인 조사 결과, 최근 신형 전동차의 부품 화재가 10차례나 발생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도 자잘한 사고가 일어났다. 7일 오전 8시10분경 상행선 관악역에서 열차 문 고장으로 비상 정차됐다.
불편함을 넘어 대형사고가 발생할까 불안감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내부에서 폭로도 나왔다.
지난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1호선 지금 늦는 이유 + 앞으로도 늦을 수밖엔 없는 이유’라는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직원이라 밝힌 작성자 A씨는 “며칠전엔 광운대 위쪽으로는 열차가 한 대도 못갔지요? 그리고 요새 배차간격 정말 개판이지요?”라며 “그런데 요 며칠, 그리고 정확히는 앞으로도 수개월은!!! 1호선 난리 날 예정이에요”라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공사 내부에서 일부러 열차 시간 늦추라는 지시가 있었다. 왜냐하면 코레일 구간에서 우진산전 열차가 몇 대 이상 운행되면 차량이 퍼지기 때문인 것.
그러나 이를 개선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A씨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고, 앞으로 조금만 쉬쉬하면 개돼지들이야 언제든 또 잊어버릴 테니까. 그리고 생각해보니 돈도 겨우 1400원 내고 타잖아요? 그러니까 그 정도 서비스 이용해도 감지덕지라 생각하고 타주세요”라고 말했다.
A씨는 끝으로 “잘못은 차량 잘못 만든 사람이랑, 잘못된 거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서도 계약했으면 나쁜 사림이고, 모르면서 입찰했으면 실력 없는 놈이고, 아무튼 협력업체랑 주거니 받거니 해서 입찰성공시킨 사람이다”라고 의미심장하게 글을 마쳤다.
직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철도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우진산전에서 납품한 신형 자동차에서 열차 하부 화제와 전동차보조전원장치 화재가 반복해 일어났다.
노조 측은 화재가 집중되는 우진산전 철도차량에 대한 정밀조사 지시를 한국철도공사 측에 촉구하고 있다.
2010년부터 차량을 제작·납품하기 시작한 우진산전은 앞서 서울교통공사의 철도차량 구매 입창에서 담합한 행위로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단순 지연이 아니라 화재 문제면 앞으로 진짜 큰 사고 터지겠네”, “제2의 대구 지하철 참사를 바라는 꼴임”, “1호선 라인에 살고 있는데 요즘 아주 불편해 미치겠습니다”, “책임자 진짜 벌 제대로 주자”, “시민들의 안전이 달린 문제인데 안일한 공사 측 태도가 실망스럽습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는 “1호선은 늘 지연된다”며 A씨의 주장은 허구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철도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아직은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1974년에 개통된 1호선은 현재 심각한 노후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호선 전동차 총 160칸 가운데 63칸이 30년 이상 된 차량이다.
서울시는 3조원을 투입해 1호선의 노후 차량을 교체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교체가 이뤄진 건 전체 중 36%에 그쳤고 이마저도 사고가 일어나는 중이다.
이 상황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1호선 등 도심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는 내용이 담긴 특별법을 발의했다. 도심 지상철도 지하화를 통해 노후화된 철도 개선뿐 아니라 철도 부지·주변 지역을 개발해 교통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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