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레오 14세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방문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이 이란의 핵 보유 권리를 지지함으로써 가톨릭 신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레오 교황은 그런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일축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레오 교황은 로마 인근 카스텔간돌포 교황 별장을 떠난 뒤, 화요일 밤 취재진에게 “교회의 사명은 복음을 전하고 평화를 선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오 교황은 “누군가 내가 복음을 선포한다는 이유로 나를 비판하고 싶다면, 진실에 근거해 비판해야 한다”며 “교회는 수년 동안 모든 핵무기에 반대해 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다만 하느님의 말씀이 지닌 가치 때문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보수 성향의 토크 라디오 진행자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출신으로는 첫 교황인 레오를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잇에게 “교황은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나는 그게 매우 좋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많은 가톨릭 신자와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교황 뜻대로라면 이란이 핵을 가져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오 교황이 2026년 2월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 연합 군사공격을 정면으로 비판한 뒤, 시카고 출신인 교황을 두고 공개적으로 ‘범죄에 지나치게 미온적이고, 외교 정책에서도 최악’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또 레오 교황 선출에 자신이 기여했다고 주장하며, 스스로를 예수와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공유했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의 바티칸 특파원 안드레아 브레이더는 “지금 트럼프가 겨냥하는 건 교회나 바티칸이 아니라 레오 교황 개인”이라며 “그가 문제를 인신공격으로 끌고 가면서 분위기가 극도로 긴장됐다. 신성 로마제국 황제와 교황이 이런 식으로 충돌하던 중세 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수주 전부터 교황과의 면담을 추진해 왔으며, 브레이더 특파원은 그가 다른 속내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브레이더는 “레오 교황에게 중요한 것은 루비오와 함께 사진을 남기고, 양측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모두 세계 평화를 원한다는 내용의 짤막한 성명을 내는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결코 기분 좋은 대화가 될 수 없고,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루비오는 2028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바티칸과의 외교 채널을 계속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특파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앞두고 루비오의 전략을 사전에 약화시키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심했다.
브레이더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쟁과 승리를 신조처럼 믿는 인물”이라며 “아마도 루비오가 지나치게 외교적으로 움직인다고 보고, 거기에 끼어들어 방해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더에 따르면 바티칸은 당초 화요일에는 교황의 별도 발언이 없을 것이라고 알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라디오 발언 이후 계획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더는 “전날까지 발언은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 결국 나왔다. 교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그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황과 트럼프 간 갈등 완화를 위해 루비오 장관은 목요일 바티칸에서 레오 교황을 만날 예정이다. 브라이언 버치 주 교황청 미국 대사는 “솔직한 대화가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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