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 2위 SK 온
밸류 셰어링 제도 도입
성과별로 차등 지급 예정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되어 나와 국내 배터리 업계 2위를 차지한 SK온이 구성원에게 연봉의 30% 수준의 가상 주식을 부여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적자로 기록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SK온이 직원들이 불만을 잠재우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해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구성원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작년에는 경영 성과급 대신 격려금 명목으로 연봉 10% 금액에 300만 원을 더해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SK온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 설명회를 열어 성과 기반 주식 보상의 일환인 ‘밸류 셰어링'(Value Sharing·VS)을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VS 부여 규모는 개인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결정되는 방식으로, 평균 계약 연봉의 약 30% 수준이다.
VS는 SK온의 기업가치와 연계된 일종의 가상 주식으로 부여 일을 기준으로 향후 3년을 재직하고, 주식 상장(IPO)에 성공할 경우 실물 주식으로 일대일 교환 지급한다.
2027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권리가 소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이 투자자에게 약속한 상장 시한은 2026년 말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은 올해 하반기 첫 흑자를 목표로 두고 있다. 내년 영업 이익 규모를 키운 다음 2026년 IPO에 성공한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영업 이익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2027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SK온의 이석희 사장은 흑자 달성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고, 임원들에게 7시에 출근하라고 당부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직원은 회사 HR 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받은 VS가 몇 주인지 확인할 수 있다. 부여 받은 VS는 IPO 결과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한다. 일전에 SK온은 프리 IPO에서 기업 가치를 약 22조 원으로 인정받은 적이 있다.
실제 IPO에서 44조 원의 기업가치가 책정된다면 직원이 보유한 VS가치도 함께 두 배로 불어나는 것이다. 사업 성과에 따라 IPO 규모가 더 커지면 VS를 뛰어넘는 보상도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이 분리되기 전 SK 이노베이션에서 LG 에너지솔루션의 영업 비밀 유출 문제를 두고 미국 국제 무역 위원회 ITC에서 2019년도 기소된 적이 있다. ITC가 LG 에너지솔루션에 승소 판결을 해 리튬 이온 배터리 수입이 10년 간 금지되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영업 비밀 침해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이 외에도 추가 소송 2건을 진행하던 SK 이노베이션과 LG 에너지솔루션이 2년 간의 공방을 한 결과, 최종 합의에 성공하여 SK 측이 2조 원을 LG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해 성공한 SK는 미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소송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져 이차 전지 관련주들이 급등한 가운데 SK 온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SK온이 2023년 두 차례의 공장 화재를 겪으면서 주춤했던 배터리 사업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이번 SK 온의 결정은 배터리 업계에서 인력 확보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다른 기업에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한 고육지계로 보인다.
SK온과 같이 가상 주식을 지급하기로 한 회사는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식을 성과급의 형식으로 지급한 회사는 국내외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으로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서 도입한 RSU는 성과급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을 약정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주는 제도이다. 일본에선 상장사의 31.3%가 RSU 제도를 활용하며 임직원은 주식을 지급 받기로 회사와 약속하고 5~10년 뒤에 주식을 받을 수 있다.
SK온은 상장 전의 회사로 상장이 되지 않을 경우 무산된다는 계약 조항이 들어가 RSU와는 다른 VS의 형식을 띤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주식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 위해 자사주를 대령으로 매입하게 되면 주가 부양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현금 성과급 제도가 사라질 전망으로 보고 있다.
SK온의 VS 도입을 두고 내부에서는 “상장하지 못하면 코인 보다 쓸모없어, 상장도 할 수 있나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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