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특례대출 꼼수
일부러 미혼모로 출생신고
“혼인신고하면 바보” 여론
올해부터 아이 낳은 부부에게 유용한 금융 정책이 시행됐다. 신생아를 낳은 무주택 가구에 대해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 지원이 확대됐는데, 요건에 맞지 않는데도 교묘하게 이용한 부부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15일 중앙일보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은 A씨 부부를 소개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융자가 지원되는 제도로,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안에 출산한 무주택 가구라면 신청 가능하다. 전세자금 대출은 자산 3억6100만원, 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연 1.1~3.0% 금리로 최대3억 원까지(보증금 수도권 5억 원) 빌려준다.
A씨 부부는 대기업에 근무했고, 두 사람의 소득을 합하면 1억5000만원에 달해 연 소득 요건 기준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이들은 특례대출을 받았다. 어떻게 한 것일까?
부부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였고, 아내는 ‘미혼모’를 자청했다.
실제로 맘카페나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신생아 특례대출의 요건이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연 1.1% 금리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 해당 금리를 적용받으려면 부부합산 2천만원 이하여야 한다. 두 사람 모두 무직이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만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A씨 부부 사례를 접한 누리꾼들은 의견은 양분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비록 요행으로 대출을 받았음을 지적하면서도 “출산율 상승을 위한 정책이고, 실제로 아이도 태어났으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어보인다”, “솔직히 요즘 혼인신고하면 바보다. 미혼부, 미혼모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처음부터 소득 요건 구간을 잘 짜든가, 낚시 상품이나 다름없다”, “이런 정책에 소득 좀 그만 봐라. 당장 출산율이 중요한 거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이럴 거면 뭐하러 정책 시행하나? 진짜 혼인한 부부에게 혜택을 더 받아야지”, “대기업에 다니는데 참 얌생이처럼 구네”, “맞벌이 부부만 억울하네”, “미혼모도 지원해줄 거면서 뭔 결혼을 해라 말아야”라며 불편함을 드러낸 이들도 있었다.
한편 최근 신혼부부들 사이에선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청약과 대출 때문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신혼부부, 예비신혼부부 또는 한부모가족인 무주택세대구성원으로서 입주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1세대 1주택의 기준으로 특별공급 공공분양주택, 분양전환공공임대주택 등을 1차례 해당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정책이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30%, 맞벌이는 140% 이하여야만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1인 가구 일반 청약은 월평균 소득 100%가 기준이다. 만약 혼인신고를 했다면 소득 수준이 높아 청약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다.
혼인신고 없이 특별공급에 당첨되는 부정청약 사례가 적발됐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하반기에 분양된 단지 부정청약 의심 사례를 조사한 결과 청약에 당첨되려고 한부모가정을 행세한 가족을 적발했다.
이들은 혼인신고 없이 두 자녀를 낳았는데, 아빠 혼자 양육하고 있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특별공급 청약에 접수해 당첨됐다.
이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2022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혼인 중 자녀수는 2020년 26만5300명이었고 2022년 23만9300명으로 2만6000명 감소했다. 반면 혼인 외 자녀는 2020년 6900명에서 2022년 9800명으로 2900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 소득을 고려해 정부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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