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새천년종합건설 법정 관리
‘4월 위기설’ 현실화 가능
건설경기가 갈수록 무너지는 가운데, 지방 건설사마저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건설 산업 생태계가 휘청이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 순위권에 드는 중견 건설사마저 잇따라 무너지고 있어서 충격이다. 올해 들어 5개 지방 건설사가 부도를 신청했고 건설업을 포기하는 중소업체의 폐업이 565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새천년종합건설이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했다고 전해졌다. 새천년종합건설의 신청을 받아들이게 되면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고 회생 결정 전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되는 것이다.
포괄적 금지명령이란 정식으로 회생 절차를 시작하기 전 당사자의 자산을 모두 동결하고 법원의 허가 없이 가압류나 채권 회수가 금지되어 회사도 자산을 자체적으로 처분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새천년종합건설은 전남 나주에서 1999년 설립되어 업력 25년 차에 빛나는 중견 건설사로 국내 도급 순위 105위로 알려졌다. 시평액이 토건 기준 2,656억 원이다.
지난달 26일 시공 능력 평가 122위인 선원건설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 건설은 고금리 등으로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겨 공사미수금이 724억 원까지 뛰면서 재정 부담의 가중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외에도 울산 1위 건설사인 부강종합건설과 인천에 위치한 영동 건설, 광주·전남 지역에 위치한 송학건설과 세움건설, 중원건설과 씨앤티 종합건설 등 법정관리에 돌입한 건설사들이 줄줄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건설사들에 줄줄이 적신호가 켜진 이유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가 원인으로 보인다. 100위 권 건설사들이 하나둘씩 법정관리에 돌입한 소식이 들려오면서 건설 업계 내에서 줄도산 공포가 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총선이 끝나고 건설사들이 외부 감사 보고서가 나오는 4월에 대거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일명 ‘4월 위기설’로 불리는 지라시는 최악의 경우 4월, 지방 건설사 연쇄 도산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라시에는 이름이 알려진 중견 건설사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되었다.
당시 금융당국과 명단에 포함되어 있던 건설사들이 아니라며 부인했지만, 계속되는 건설업계의 법정관리 신청이 증가하자 근거 없이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상당수 건설사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자명하고, 몇몇 건설사가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매출 500대 건설기업 102곳을 대상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76.4%가 “현재 기준금리 수준(3.50%)이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금리 수준에서 여유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17.7%에 불과한 것을 보았을 때 국내 건설사 중 상당수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늘고 있는 점이 줄도산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뇌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 2,000여 가구로, 전년 대비 4,000여 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8월 이후 미분양 물량이 6만 가구 이상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수도권보다는 지방 쪽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에서 1만 200여 가구로 대구의 미분양 문제가 가장 심각했고, 경북, 경기, 충남, 강원, 경남 순으로 심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건설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정부는 위와 같은 상황 해명에 나섰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 22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터진다는 것은 큰 오해”라고 밝혔다. “부동산 PF 문제가 상당수 정리 중이고 위기설의 근거가 뭔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해명했다.
정부 관리하에 정리할 수 있는 사업장은 정리하고 유동성도 적절하게 공급하겠다는 것을 밝히며 건설사에서 금융업계로 이어지는 연쇄 부도와 같은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PF 재구조화 및 구조조정에 산하 공기업을 동원 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PF대출의 대환 보증을 서도록 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한국토지주택공사에 PF 사업성을 검토한 후 매입해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다른 시행사나 건설사에 매각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을뿐더러 고금리에서 벗어나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지 않는 이상 돌려막기 수준에 그치는 해결 방안이라는 것이다. 4월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할지에 대한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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