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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소녀와 비발디가 만났다…”비발디와 나” 다미아노 미키엘레토 인터뷰

유은비 기자 조회수  

출처 : WARNER BROS
출처 : WARNER BROS

1716년 베네치아. 음악에 모든 열정을 바치며 희망을 열어가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비발디와 나’가 5월 22일 개봉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716년, 베네치아의 피에타 보육원.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체칠리아는 어머니의 얼굴도, 사랑도 모른 채 이곳에서 자랐다. 그는 매일 밤 몰래 침대에서 빠져나와 촛불 아래에서 수신자 없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체칠리아가 보육원을 떠나 바깥세상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어머니가 데리러 오거나, 귀족에게 선택돼 결혼하는 일이었다.

그런 가운데 안토니오 비발디가 바이올린 교사로 피에타 보육원에 부임한다. 그는 뛰어난 바이올린 실력을 가진 체칠리아를 알아보고, 그를 제1바이올린 리더로 임명한다.

체칠리아는 비발디의 혹독한 연습을 견디며 실력을 키워간다. 그리고 어느새 두 사람은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그러던 중 피에타 보육원이 체칠리아의 결혼 상대로 정한 장교가 튀르키예와의 전쟁에서 돌아오고, 결혼이 다가오던 어느 날 사건이 벌어진다.

이 작품의 감독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연출가 다미아노 미키엘레토다.

그는 오페라 연출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이번 작품은 그의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다미아노 미키엘레토 감독에게 작품에 담은 고민과 연출 의도를 직접 물어봤다.

──각본도 직접 담당했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무엇인가?

‘비발디와 나’에는 티치아노 스카르파의 원작 소설이 있다.

고아원의 체칠리아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거기에 비발디가 등장하는 구조다.

원작은 모놀로그 형식으로 쓰여 있고 이 캐릭터를 매우 좋아하지만, 내면 묘사 중심이라 영화화하는 데 있어 이야기를 바깥으로 열어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원작에 없는 등장인물과 장면을 많이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원작과의 차이도 생겼는데, 그게 이 작품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기도 하다.

──나이도 입장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깊이 있는 인간 묘사는 어떻게 구상했나?

처음부터 하나 명확히 정해둔 게 있었다. 이건 두 사람 사이의, 비발디와 체칠리아 사이의 ‘로맨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감상적인 감정의 로맨스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은 처음부터 분명히 하고 싶었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존재다. 비발디는 사제이자 음악가인 어른이고, 체칠리아는 고아인 어린 소녀다.

그런데 음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두 사람 모두 고통과 상처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비발디 역시 자신의 처지에 얽매여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체칠리아 또한 고아원이라는 닫힌 세계에 갇혀 있었다.

그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이 음악이었는데, 그건 마치 바이올린의 두 줄이 공명하는 것 같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로맨스가 아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 사이의 연대감이 중요했다.

작중에 체칠리아가 비발디를 질책하는 장면이 있다.

“나는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데 당신은 도와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는 것 아닌가”라는 그녀의 말에 비발디는 “그렇지 않지만, 나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고 답한다.

이후 두 사람의 길은 갈리고, 비발디가 꿈꾸던 큰 성공을 거두는 콘서트 장면에서 체칠리아는 마지막 박수 속에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두 사람은 다시 고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어 보였는데, 어떤 연출을 했?

처음에는 꽤 두려웠다. 역사적인 의상과 가발을 착용한 영화를 찍는 것이다 보니, 영화가 처음인 것은 물론이고 오페라 연출가로서도 평소에는 컨템포러리하고 모던한 의상과 시대 설정을 많이 다루어왔기 때문이다.

세트장에서 스태프들이 준비하는 것을 보며 이 작품이 어떻게 될지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깨달은 것이 있었다. 역사적인 이야기라는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오늘날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점이었다.

현재의 시대 설정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자유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배우들에게 전달한 것은, 역사적 배경이라고 해서 자신들과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연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대사를 예로 들면, 연극적으로 형식적인 말투가 아니라 굉장히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말하는 방식으로 가고 싶다고 전했다.

진짜 전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고통이고, 그 내용이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을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연출해 나갔다.

── 비발디의 피에타 수녀원 경험처럼, 감독의 인생을 바꾼 경험이나 장소가 있나?

스무 살 때 밀라노로 나와 연극학교에 다녔다. 그 전까지는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 살았기 때문에, 밀라노에 간 것으로 세계가 바뀌고 환경이 달라졌다.

저에게 그건 그야말로 ‘봄(프리마베라)’이 찾아온 사건이었고, 그것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비발디에게 피에타 원에서의 경험이 그러했듯, 그에 맞먹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 코르티나 올림픽 경험이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

앞으로 이런 큰 프로젝트를 다시 할 때, 이번 올림픽 무대를 직접 기획하고 실현했다는 경험이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경험에서 배운 것은, 관객은 커다란 이벤트 안에 직접 들어가 몰입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만남과 인간성 그 자체를 원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지금은 기술의 시대로 스크린을 통해 먼 곳의 사람과 대화할 수 있지만, 실제로 사람을 만나 그 자리에서 만남을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느꼈다.

그래서 흔히 이런 무대에서 사용되는 영상 프로젝션 같은 것을 쓰지 않고,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직접 연기하는 극히 인간적인 방향으로 연출하는 길을 앞으로도 걷고 싶다.

인간의 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인간만이 가진 면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작품 활동이 있다면?

이번 주부터 취리히에서 모차르트의 ‘티토의 자비’를 연출한다.

이후 6월에는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카르멘”, 이번 여름에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음악제의 호수 위 대형 무대에서 “라 트라비아타”를 올린다. 정말 큰 무대이기 때문에 올림픽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으로는 역시 다음 영화를 꼭 해보고 싶고, 그게 가장 큰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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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비 기자
getnews_editor@pikl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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