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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이뤄낸 착한기업의 회장은 재벌집 막내아들 누구?

송건희 기자 조회수  

메리츠금융지주, 자사주 100% 소각
조정호 회장의 철학
‘운수업’ 한진그룹의 막내아들

출처 : 메리츠화재

메리츠금융지주가 ‘주주환원’을 이뤄냈다.

최근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 1,333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그리고 그 절반인 1조 833억 원을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이미 작년에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6,400억 원을 소각했고, 2023년 배당으로 총 4,483억 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

자사주 소각이란 회사가 자사의 주식을 취득해 이것을 소각하는 것으로,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통해 주주이익을 꾀하는 기법이다.

이는 지난 2022년 메리츠금융이 내세운 정책을 기반으로 시행됐다.

당시 사측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최소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내용의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출처 : 뉴스1

메리츠금융은 이러한 정책이 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1년 회장에 취임한 후 전문 경영인을 고용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고, 11년 뒤인 2022년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지분 100%를 지주사가 보유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메리츠금융의 적극적인 주주 우대 행보에 조정호 회장이 조명됐다. 알고 보니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재벌집의 막내아들’이었다.

출처 : 한진그룹

조 회장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이다. 조 회장 위로 큰형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둘째 형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있다.

조중훈 창업주는 대한민국 운수사업 1세대 선구자로 꼽힌다. 장남부터 삼남은 모두 가업을 물려받아 운수업을 성장시켰는데, 막내아들 하나만 금융지주회사를 받아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사실 메리츠금융지주의 전신은 한진투자증권이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 범한진그룹 계통 금융지주회사다. 한진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해 나온 뒤 2000년 메리츠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출처 : 뉴스1

막내아들이라면 보통 집안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라 형제 모두와 우애가 깊을 것 같지만, 조정호 회장은 아니었다.

조중훈 명예회장 사망 이후 재산권 분쟁으로 조정호 회장은 형제들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큰형 조양호 회장과 말이다.

2005년, 조정호 회장은 둘째 형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손잡고 일을 벌였다.

부친의 사망 직후 공개된 유언장에는 잔여재산 대부분을 장남 소유의 학교법인 인하학원, 대한항공 등에 증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조정호는 큰형이 선대 회장의 유언장을 조작했다며 지주사 정석기업의 주식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조양호 회장은 “유언장 조작은 없다”며 자그마치 6년이나 맞붙어왔다.

그 시간 동안 기내 면세품 수입 문제, 정석 기념사업 문제 등으로도 두 형제는 번번이 부딪혔다. 2011년에 가서야 끝은 맺은 유산상속 분쟁 이후 조양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왕래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출처 : 뉴스1

그사이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증권은 몸집을 필요에 따라 늘이고 줄여왔다.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메리츠증권을 합병해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을 출범했다.

2011년엔 메리츠화재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했고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했다. 2017년,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메리츠캐피탈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2020년엔 사명을 다시 메리츠증권으로 변경했고, 종합금융사 라이센스를 만료했다.

조정호 회장이 형과 재회한 건 2019년이었다. 다만 장소는 조양호 회장의 빈소였다.

조양호 회장은 생전 매년 경기도 용인의 선영에서 창업주 추모식을 열었는데, 조정호 회장은 함께 한 적이 없었다. 그는 조문을 마친 후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며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만 일관했을 뿐이다.

자녀의 갑질 논란으로 불명예를 입은 조양호 회장, 세계 8위까지 올랐지만 결국 파산한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 그리고 지병으로 일찍 사망한 조수호 회장까지, 형들은 모두 물러나고 세상을 떠났지만, 막내 조정호 회장만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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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건희 기자
songgunh2@pikl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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