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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제 기술 개발했는데 중국은 이미 양산…한국도 남 일 아니다

배지희 기자 조회수  

출처 : 비즈저널
출처 : 비즈저널

일본 정부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보급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 오키나와현 우루마시의 해상자위대 기지에서 올여름부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실증 실험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한 국가 차원의 실증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전국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소식을 단순히 “일본 기술이 국가 전략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만 받아들이면 보이지 않는 구조가 있다. 일본이 ‘관제 수요’를 만들고 있는 사이, 중국에서는 이미 다른 차원의 게임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페로브스카이트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같은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일본이 PSC에 주목하는 이유

일본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지금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율 36~38% 달성을 위해서는 도심의 미활용 공간, 즉 지붕·외벽·창문을 발전에 써야 한다. 그런데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는 무겁고 딱딱해서 내하중이 낮은 체육관 지붕이나 고층 빌딩 벽면에는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

PSC는 이 문제를 푼다. 얇고 가볍고 구부러진다. 필름 형태로 만들 수 있어 실리콘이 들어가지 못했던 곳을 발전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주원료인 요오드도 일본이 세계 2위 산지를 가진 국산 자원이다. 기술의 뿌리가 일본 출신이라는 점까지 더해져, PSC가 일본 재생에너지 전략의 마지막 승부수로 불리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에너지 정책 연구가 사에키 도시야는 “일본은 이미 주요국 중 태양광 설치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페로브스카이트는 새로운 선택지가 아니라 사실상 마지막 남은 공간을 활용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양산 중

일본이 이제 막 실증과 초기 양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중국은 이미 GW(기가와트)급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 GCL옵토일렉트로닉스는 2025년 말 세계 최초의 1GW급 페로브스카이트 양산 공장을 가동했다. 중국 UtmoLight 역시 비슷한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여기에 중국 제조장비 업체들까지 대규모 투자에 들어갔다. 중국 마이웨이테크놀로지는 페로브스카이트 장비 공장에 약 800억 엔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중국의 전략이다. 완벽한 기술 완성보다 “일단 대량생산 체제를 먼저 만든다”는 방식이다. 이 흐름은 과거 LCD, 배터리, 실리콘 태양광에서도 반복됐다.

반면 일본 기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세키스이화학공업이 필름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솔라필’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현재 생산 규모는 연산 10MW 수준이다. 2030년 GW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미 그 단계에 들어가 있다.

심지어 중국 GCL 계열사는 2026년부터 일본 시장에서도 페로브스카이트 제품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이 개발한 기술 기반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사에키는 “과거 일본이 실리콘 태양광에서 겪었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일본이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동안 중국은 양산 설비와 원가 경쟁력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술은 좋은데…돈이 안 된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가장 큰 약점은 아직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발전 비용은 기존 실리콘 태양광보다 높다. 일본 정부 목표 수준에 도달하려면 제조 비용을 지금보다 10분의 1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구성도 문제다. 현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수명은 약 10~15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실리콘 태양광 패널은 보통 20~25년을 사용한다.

즉 “가볍고 설치 자유도가 높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직은 비싸고 오래 못 쓰는 기술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자위대 기지나 공공시설에 먼저 설치하는 이유도 나온다. 민간 기업이 당장 경제성을 느끼기 어려우니 정부가 먼저 시장을 만들어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진짜 승부수는 ‘가격’이 아니다

일본도 중국과 정면 가격 경쟁을 하면 승산이 낮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방향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온다.

핵심은 “태양전지를 파는 것”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전략이다.

일본은 건축 규제와 안전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태풍, 화재, 내구성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은 이걸 오히려 장벽으로 활용하려 한다.

즉 단순히 저렴한 패널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건물 외벽·창문·지붕과 통합된 ‘안전 인증형 발전 건자재 시스템’을 패키지로 파는 방식이다.

또 일본은 요오드 같은 핵심 원료를 자국에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에너지 안보’ 카드까지 연결하려는 계산이다.

일본이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결국 지금 일본이 직면한 질문은 단순하다.

“좋은 기술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다.

중국이 저가 물량 공세로 시장을 장악한 이후에도, 일본이 유지·보수·건축 통합 서비스 같은 영역에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것이다.

LCD, 태양광, 반도체에서도 일본은 기술력 자체는 강했지만, 결국 비즈니스와 생산 규모 경쟁에서 밀렸다. 이번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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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기자
bbjbbbb@pikl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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