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정부관광국이 발표한 4월 방일 외국인 수는 369만2200명이다. 전년 같은 달보다 5.5% 줄었다. 이 숫자만 보면 2025년 연간 4268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일본 인바운드 붐이 빠르게 식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흐름은 다르다. 4월 369만2200명은 2026년 들어 월간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또 2년 연속으로 1~4월 누적 방문객 수가 1400만 명을 넘었다. 즉 이번 감소는 수요 붕괴라기보다 지난해 4월이 유독 많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에 가깝다.
5.5% 감소의 진짜 이유
일본정부관광국은 이번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부활절 연휴 시점 변화를 들었다. 유럽을 중심으로 방일 수요가 3월 말과 4월 초로 나뉘었다는 설명이다.
2025년 부활절은 4월 20일이었지만, 2026년은 4월 5일이었다. 유럽과 호주의 학교 방학은 보통 부활절 전후 2주에 걸쳐 잡힌다.
이 때문에 2026년에는 여행 수요의 중심이 3월 말로 앞당겨졌다.
그 결과 3월 방일 외국인 수는 361만8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 늘며 3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4월은 그 반동을 받은 셈이다. 1~4월 누계로 보면 전년보다 0.5% 줄어드는 데 그쳐, 중장기 수요가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동 정세도 영향을 줬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에티하드항공 등 중동 주요 항공사의 노선 이용이 어려워졌다.
유럽과 일본을 잇는 주요 환승 루트가 흔들린 것이다. 일부 항공화물 운임은 최대 70% 올랐고, 아시아~유럽 직항 운임은 공격 전의 3배에 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관광정책 애널리스트 유아사 이쿠오는 “중동 경유 노선이 흔들리면서 유럽에서 일본으로 가는 여행 비용이 크게 올랐다”며 “다만 이미 예약한 여행객보다 계획 단계에 있던 여행객의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을 줬다. 4월 감소의 주된 원인은 이스터 시점 변화에 따른 수요 분산으로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한국·대만이 떠받치는 일본 관광
전체 방일객 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4월에도 가까운 아시아 시장은 강했다.
한국인 방일객은 87만86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7% 늘었다. 대만도 64만3500명으로 19.7% 증가했다. 두 시장 모두 4월 기준 사상 최고치다.
특히 한국은 압도적이다. 1~4월 누계 방일객은 393만6700명으로 전년보다 22.0% 늘었다.
전체 방일 외국인의 27.4%를 차지하며 일본 인바운드 최대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일본 관광 호황을 한국인이 떠받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이 흐름을 지탱하는 것은 지방공항 LCC 노선 확대와 재방문객 증가다.
인천~아사히카와, 부산~다카마쓰 같은 지방 노선이 늘면서 도쿄와 오사카에 집중됐던 관광 수요가 지방으로 퍼지고 있다.
일본 지방경제 입장에서는 한국과 대만 관광객의 존재감이 매우 크다.
반면 한때 방일 시장을 양적으로 이끌었던 중국은 부진했다. 4월 중국인 방일객은 33만700명으로 전년보다 56.8% 감소했다.
중국 시장은 정치 변수에 민감하게 흔들리는 경향이 강하고, 현재 회복세도 제한적이다.
다만 일본을 다시 찾는 중국인 여행자의 소비 방식은 과거의 ‘폭풍 쇼핑’에서 개인 자유여행과 체험형 여행으로 바뀌고 있다.
규모는 줄었지만 소비의 질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유아사는 “한국과 대만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안정적인 기반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지정학 리스크나 정치 관계 변화에는 취약할 수 있다”며 “2019년 한일 관계 악화 때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던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장기 안정을 위해서는 시장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가 보여준 ‘고부가가치 관광’의 가능성
중동 정세와 부활절 시기 이동의 영향을 유럽·오세아니아 대부분이 받은 가운데, 프랑스만 유독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프랑스발 방일객은 4월 단월 기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유럽 전반이 부진하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왜 프랑스인가. 엔화 약세에 따른 비용 이점뿐 아니라 전통 공예, 선·다도 등 일본의 깊이 있는 문화 체험과 지방의 자연경관에 대한 수요가 서유럽 부유층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통해 일본 문화에 관심을 키운 젊은 세대가 실제 여행 가능한 연령층으로 진입한 ‘세대 교체’ 효과도 한몫한다.
중요한 것은 유럽, 특히 프랑스 여행객의 소비 행태다. 체류 기간이 길고 1차 소비를 넘어 숙박·교통·체험 등에 지출이 많다.
수도권과 교토·오사카·고베에 집중되지 않고 지방의 농촌이나 전통 산업 현장을 찾는 경향도 뚜렷하다.
프랑스의 사례는 방일 관광을 ‘양적 확대’에서 ‘질적 전환과 분산’으로 이끌 전략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일본 관광은 지금 ‘숨 고르기’에 있다
앞으로 방일객 숫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든 아니든, 일본 관광업은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엔저 의존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엔저가 방일객 증가에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환율 효과에만 기대는 관광 전략은 오래가기 어렵다.
일본 정부가 세운 제5차 관광입국추진기본계획도 방문객 수보다 재방문객, 여행 소비액, 지방 숙박자 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둘째는 오버투어리즘의 양극화다. 도쿄와 교토 등 인기 지역은 과밀 문제가 심각한 반면, 여전히 관광 수요가 충분히 닿지 않는 지방도 많다.
프랑스 관광객처럼 장기 체류와 지방 체험을 선호하는 여행자를 지방으로 유도하려면 다국어 대응, 교통, 숙박, 체험 콘텐츠 정비가 필요하다.
셋째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력이다. 유가 변동, 지정학 리스크, 감염병, 기후변화는 언제든 관광 수요를 흔들 수 있다.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가장 큰 리스크가 된다. 재방문율을 높이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관광산업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유아사는 “일본 인바운드는 지금 쇠퇴가 아니라 숨 고르기 국면에 있다”며 “이 시기를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전환하기 위한 유예 기간으로 봐야 한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과 관광객 경험을 함께 지키는 구조를 지금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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