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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 안 한다”…그래도 음악 영화를 만든 이유

유은비 기자 조회수  

출처 :가젯통신
출처 :가젯통신

‘콘클라베’와 ‘28년 후- 뼈의 사원’ 등 화제작 출연이 이어지고 있는 명배우 레이프 파인스 주연 영화 ‘포화속의 합창’이 현재 상영 중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인 영국 북부 요크셔. 징병으로 많은 단원을 잃고 존속 위기에 놓인 아마추어 합창단은 젊은이들과 마을 사람들을 새로 받아들이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새 지휘자로 선택된 인물은 영국의 적국 독일에서 과거 지휘자 경험이 있는 엄격하고 괴팍한 의사 헨리 거스리다. 레이프 파인스가 이 인물을 연기한다.

거스리는 편견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오합지졸 단원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불안하기만 했던 단원들의 노래는 조금씩 달라져 간다.

배우들이 실제로 노래하며 완성한 압도적인 합창 장면도 이 작품의 볼거리다. 음악을 통해 희망을 그린 이 영화를 연출한 인물은 니컬러스 하이트너 감독이다.

니콜라스 하이트너 감독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앨런 베넷이 쓴 《포화속의 합창》의 각본을 처음 읽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 읽은 건 코로나 봉쇄에 들어가기 이틀 전이었다.

앨런 베넷이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집 우편함에 각본을 넣어줬다.

읽어보니 그림으로 치면 소묘 같은 거친 단계이긴 했지만, 재미있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무대를 먼저 하고 나서 영화화하는 게 아니라, 먼저 영화로 만들어야 할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후 봉쇄가 시작됐고, 1년 반 정도 묵혀뒀다.

── 이번 작품을 포함해 앨런 베넷 각본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의 각본은 일관되게 영국 북부 사람들의 묘사가 매우 특징적이다. 게다가 인간에 대한 관찰력이 굉장히 예리해서 매력적인 작가라고 생각한다.

── 베넷과 함께 수년에 걸쳐 각본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엇이었나?

처음 읽었을 때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등장인물이 많다고 느꼈지만, 젊은 세대 등장인물들의 성장 과정이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각 인물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확립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또한 합창단이 에드워드 엘가의 ‘게론티우스의 꿈’을 부른다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건 정해져 있었지만, 앨런 베넷은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서 어떻게 노래해나갈지는 세세하게 다듬어져 있지 않았다.

나는 그쪽에 약간의 지식이 있어서 음악감독 조지 펜턴을 참여시키면서 꼼꼼하게 다듬어 나갔다.

── 배우들의 노래 성장과 합창 장면을 큰 볼거리로 만들기 위해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나는 오랫동안 클래식에 관여해왔기 때문에, 그 부분은 최대한 정성스럽게 그리고 싶었다.

합창단 단원들은 처음엔 제각각이었지만, 하나가 되어 훌륭한 곳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조지와 함께 세심하게 그려나갔다.

처음엔 각 인물의 파트를 묘사하고, 이후 새로 합창 솔로를 맡는 인물이 등장하며 모두가 합창에 빠져드는 구조다.

공식 리허설 외의 시간에도 합창단 배우들은 자발적으로 연습했다. 그렇게 합창단으로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극 중에서 제대로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 실제로 배우들의 노래 실력도 성장했나?

모두 정말 많이 성장했다. 노래 경험이 있는 배우도 있었지만, 이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고 진지하게 임해줬다.

배우 외의 합창단 배우들은 현지 아마추어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분들이 엑스트라로 출연해줬는데, 그분들과 함께 노래하면서 배우들도 고양되는 모습이 좋았다.

── 합창단 재건을 맡아 지휘자를 연기한 레이프 파인즈에게 특별히 요청한 것이 있었나?

헨리 가스리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TAR’에서 케이트 블란쳇의 지휘 지도를 맡은 나탈리 머레이 비얼에게 붙어서 지휘 훈련을 받게 했다.

연기에 대해서는 연출 경험도 있는 분이고, 촬영 전부터 꽤 세세한 부분까지 협의를 나눴기 때문에 내가 따로 요청한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와 처음 함께 일한 건 1991년에 내가 연출한 무대 ‘리어왕’이었다. 오래 알고 지낸 만큼 소통하기 편한 배우다.

── 레이프 파인즈의 배우로서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굉장히 폭넓은 배우다. 웨스 앤더슨 작품에서는 일부러 과장된 동작으로 다이나믹한 연기를 선보이지만, 극도로 억제된 연기로 카메라를 사로잡을 수도 있다.

가스리처럼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역할을 연기하는 레이프 파인즈는 특히 훌륭하다. 가스리는 독일에 있는 연인과의 관계를 속으로 삭이고 있다.

전보를 배달하는 소년이 독일 전함이 침몰했다는 소식을 가져오는 순간, 주변은 들뜨지만 가스리는 그 전함에 연인이 타고 있기 때문에 충격을 받는다.

그때 레이프 파인즈의 연기는 가스리의 지금까지의 인생이 손에 잡힐 듯 전해지는 것이었다. 정말 훌륭했다. 또 계속 감정을 억누르다가 분노를 폭발시키는 장면도 훌륭했다.

── 아직도 전쟁이 계속되는 시대에 이 작품이 지금 개봉하는 의의를 어떻게 보나?

이 작품은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건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일어난 일을 되짚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이 세계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연결된다.

가스리는 영국의 적국인 독일인이지만 독일 문화의 훌륭함을 주장하다가 고립된다. 똑같은 일은 지금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전쟁이 일어나면 정부는 적대국에 대한 적개심을 필요 이상으로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그 필요성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독일인이 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모든 독일인을 악당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음악을 포함한 예술의 의의는 연주자에게도 관객에게도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해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포화속의 합창’은 1차 세계대전 아래 젊은이들이 전쟁에 나가 죽어가는 현실에 직면한 시대의 이야기다.

자신들이 품은 감정을 음악에 담아 표현하려 한 것이 훌륭했다. 그 모습을 통해 음악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 감독 자신이 음악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준다는 걸 실감한 경험이 있나?

항상 느끼고 있다. 나는 오페라와 오케스트라에 관여하는 일을 하고 있고, 합창단에 속해 있던 적도 있다.

음악은 생활의 중심에 있고, 함께 노래하거나 연주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음악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고,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요제프 괴벨스(나치 독일의 선전장관)는 베토벤을 사랑했다. 베토벤 음악을 깊이 들었다고 해서 선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음악을 통해 사람과의 연결이 생기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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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비 기자
getnews_editor@pikl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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