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3사가 추진하는 사업”10억 년 걸릴 문제를 단 100초 만에 풀어요”

양자암호통신시스템, 해킹어려운 우수한 기술
이동통신사 3사 착수 및 상당한 개발 진행 현황
정부, 2035년까지 3조 원 규모 재원 투입 발표

지난 16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 3사는 양자암호 시스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최근 서울대학교와 함께 양자 통신 기술 개발을 착수했고, KT도 신한은행과 협업하여 하이브리드형 양자 보안망 성능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양자암호 시스템은 물리현상을 활용하여 계산하는 양자 컴퓨터 개발 이후 가능해진 시스템이다. 양자 컴퓨터가 일반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로 암호를 해독하는 데 10억 년가량 걸리던 것을 단 100초 만에 해독이 가능한 혁신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양자 기술은 수학적 난제를 기초로 잡아 개발한 기존 정보보안 체계로 쓰이는 ‘공개키 암호 체계'(RSA)에 위협적 존재감을 뽐낸다. 또한 이론적으로 해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보안성을 자랑하는 기술로, 기존 암호기법보다 우수한 안전성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또한 양자 암호시스템은 기존 기술에서 송신자와 수신자 간에 주고받던 암호키가 복제돼 범죄에 악용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일반 암호키의 경우 결정된 정보를 암호로 변환해 송신하는 것과 달리, 양자암호 기술은 수신하는 순간에 즉각 정보 값이 결정되므로 송수신 과정에서 암호키 정보가 노출될 경우에도 안전하게 결정 값을 보호할 수 있다.

더하여 해킹이나 외부 바이러스 침투 시 실시간으로 정보가 변화하기 때문에 공격 시도 여부도 곧장 파악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9일 SK텔레콤은 서울대와 양자 기술 분야 관련 공동 연구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을 밝혔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싱, 양자컴퓨터 등 다양하고 복잡한 양자 분야 핵심 요소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SK텔레콤은 10여 년 전 양자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지속해 관련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는 비전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된 퀀텀 AI 카메라를 비롯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DC) 기술 통신 보호와 안전을 위한 양자 키 분배(QKD) 적용 사례를 선보이기도 했다.

더하여 양자 분야 핵심 기술력과 부품을 개발한 기업들과 함께 ‘퀀텀 얼라이언스’를 설립하여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개척도 추진할 계획을 공개했다.

업계에 따르면 퀀텀 얼라이언스에는 엑스게이트, 우리로, 에스오에스랩, 케이씨에스, 노키아, IDQ코리아 등의 많은 산업체가 포함됐다.

이어 KT는 최근 금융산업에 적용하는 시스템에 하이브리드형 양자 보안망을 임시로 구축에 성공하고, 성능 검증까지 마친 사실을 알렸다. KT의 한 관계자는 “자사의 시스템의 하이브리드형 양자 보안망은 QKD(양자 키 분배)와 양자 내성 암호(PQC)를 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안망과 관련해서는 미국 연방정부가 개발에 나선 후 공식 발표한 정보기술 표준으로 알려진 ‘미국 연방 정보 처리 표준(FIPS)’에서 선발된 양자 내성 공개 키 암호 알고리즘 기본안을 활용하여 개발에 도움을 받았다.

2021년부터 KT는 중소기업 등 다수 기관과 협력했으며, 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필두로 올해는 무선 양자암호통신 데이터 송수신 구간을 기존의 기술력으로 이룬 2km에서 10km까지 넓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개발이 시작한 이듬해인 2022년 한강 동작대교 1km 구간에서 무선 양자 신호를 전송한 바 있으며, 제주대에서 300m 구간의 양자암호통신(무선) 인프라를 시범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2023년)에는 가평에 있는 청평호에서 한계 구간을 2km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한 바 있어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LG유플러스는 지난 14일 서울대 연구팀과 협력해 ‘미래 양자통신 백서’를 제작 후 공개했다. LG와 서울대가 정리한 백서는 양자 정보기술을 크게 양자통신·양자컴퓨팅·양자센싱으로 3가지로 분류하고 그 가운데 특히 양자통신의 기술 동향과 발전 방향 및 가능성을 세부적으로 소개했다.

LG유플러스 또한 지난 2021년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작해 양자 보안 체계를 선진적으로 구축하고, 공연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응용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확대 적용한 바 있다. 

이듬해 2022년 4월엔 국내 통신사 중 처음으로 양자 컴퓨터의 해킹 위협에 대응이 가능한 양자 내성 암호 전용회선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완성해 공공기관과 민간 이용자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이후 연평균 39.8% 증가했으며, 오는 2030년에는 24조 5,793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대한민국 양자 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하며, 2035년까지 총 3조 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할 것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자컴퓨터가 당장 모든 시장에 도입돼 상용화가 이뤄지는 상태는 아니지만 각 업체가 미리 대비하고 연구를 착수해 양자 암호통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각국과 글로벌 통신업체들은 6G 핵심이라 불리는 양자 기술 확보 경쟁에 나서며 시장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