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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 이어오던 기업이 분열된 이유

차현아 기자 조회수  

고려아연 VS 영풍
19일 주주총회 결정
배당과 정관 변경 안건

출처 : 고려아연

영풍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최씨 일가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9일 고려아연은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것으로 전해졌다. 75년간 ‘한 지붕 두가족’ 체제로 동업해 온 두 집안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잡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의 지분율이 엇비슷해 승자를 쉽게 낼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한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쳐진 승리보다는 주요 안건마다 팽팽한 표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이 17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풍그룹의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이 31.54%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뉴스 1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의 지분은 15.90%로 알려졌는데 개인의 지분율로만 봤을 때 최씨 일가가 장씨 일가에게 밀리는 상황이지만 최윤범 회장이 확보한 우호 지분을 합치면

두 일가의 지분이 엇비슷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고려아연이 최근 자사주 교환이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현대차, LG화학, 한화 등을 우호 세력으로 확보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법인인 HMC 글로벌과 한국투자증권, LG화학, 한화 등이 가진 고려아연의 지분은 17%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분을 최윤범 회장이 가진 지분과 합치면 33%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지분이 영풍그룹의 장씨 일가가 보유한 지분보다 더 많아지게 된다.

최윤범 회장의 반격에 영풍그룹도 지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부터 이달 초까지 테라닉스, 씨케이, 에이치씨 등 주요 계열사를 동원해 장내에서 고려아연의 주식을 6만 주 이상 사들여 지분 0.31%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지분까지 합하면 현재 영풍그룹과 고려아연의 수장으로 있는 장 씨와 최 씨의 지분이 비슷해지는 것이다.

출처 : 뉴스 1

국민연금이 당초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국민연금 측은 이 경영권 분쟁에 끼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지분 7.9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민연금은 투자 목적을 경영 개입이 가능한 ‘일반투자자’에서 ‘단순 투자’로 변경하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주당 5,000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것과 제3자 유상증자 대상을 확대하는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이 이 안건들의 결과로 꼽힌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올린 안건에 대해 현금배당을 1만 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동시에 상정했다. 정관 변경 내용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 뉴스 1

업계 전문가들은 배당 안건에서는 영풍이 우세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판단했다. 소액주주의 입장에서 볼 때 영풍의 배당을 늘리자는 안건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의결권의 자문사를 맡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말 고려아연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가 약 3,000억 원에 달한다. 단기 투자자산은 약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영풍이 제안한 주당 1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당 안건에서 결과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보통결의는 출석 주주의 과반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양측의 지분율이 비슷해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날 배당 안건의 결정은 출석 주주로 참석한 과반수의 표를 누가 가져갈 것인가에 달려있다.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는 특별 결의가 필요하다. 이에 영풍이 우세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상법에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장씨 일가와 영풍의 지분이 33.2%, 최씨 일가와 우호 지분의 합이 32%로 영풍이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이견 없이 이길 것으로 판단한다.

전문가들은 한 지붕 두 가족의 싸움을 보고 계열 분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주총이 열릴 때마다 영풍이 반대의견으로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반해 영풍이 고려아연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으로 줄여야 하는데 최씨 일가가 지분 매입에 막대한 비용을 써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에서 가장 현금 흐름이 좋은 사업에 속하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출처 : 영풍그룹

한편, 고려아연이 속한 대기업집단 영풍그룹의 모태가 된 영풍 기업사로 두 기업은 시작했다. 영풍 기업사는 1949년 故 최기호 회장과 장병희 회장이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이 최기호 명예회장의 손자이며 장형진 고문이 장병희 명예회장의 아들로 알려졌다.

두 가문이 당초 공동경영으로 무역과 수산업에서 사업을 시작해 광업과 제련업으로 확장했다. 이어 1974년 설립한 기업이 고려아연으로 최씨 집안이 고려아연을 맡고 장씨 집안이 영풍을 맡게 된 것이다.

그러나 3세 경영으로 넘어오면서 두 기업 사이에서 분열이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아연의 대표이사를 오너 3세 최윤범 회장이 맡게 되면서 기존 금속 제련 중심에서 2차전지 소재, 그린 수소, 자원순환 등으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혀나갔다.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이 이러한 과정에서 2022년 투자금 확보를 위해 한화의 외국 합작법인 한화 H2 에너지 USA를 대상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결정해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형진 고문은 회의에 불참하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유상증자하게 된다면 장씨 가문 지분율이 줄어들고 최씨 가문의 지분율이 늘어나기 때문에 영풍그룹 측에서는 최윤범 회장의 행보를 인정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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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ccchyuna@pikl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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