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
테러 배후로 미·영·우크라이나 지목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로 도주했다 주장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테러가 발생해 137명이 사망했다. 러시아 시민을 비롯해 전 세계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테러 배후로 세 나라를 꼽아 화제가 되고 있다.
테러 발생 나흘 후인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는 러시아 연방 검찰청 확대회의 후 취재진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미국, 영국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공격 배후에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그렇게 믿는다”라고 답했다.
앞서 러시아는 핵심 용의자 4명을 체포했는데, 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국가(IS)도 테러 이후 성명을 통해 공격 배후를 자처했지만, 러시아는 세 나라의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러시아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정보기관이 도움을 줬고, 우크라이나가 직접 관여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중동에서 무장세력들을 훈련했으며, 테러범 초기 조사 단계에서 우크라이나의 흔적이 확인됐다고 한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도 배후 관련 “IS인가 우크라이나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우크라이나”라고 답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개입됐다는 명확한 증거나 테러 공격 명령자에 대해선 아직 공개된 바 없다.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테러범들이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을 테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HUR) 국장이 러시아군의 합법적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가 담긴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인근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보르트니코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테러범들은 벨라루스에 진입을 시도하려다가 보안군을 보고 돌아서서 우크라이나 국경쪽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루카셴코가 이와 같이 러시아에 대치되는 입장을 보였기에 추후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현재 8명의 테러 용의자가 재판 전 구금상태에 있다.
용의자 중 네 명이 법정에 출두했을 때 신체에 부상 흔적이 보여 고문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은 얼굴이 심하게 부어오르거나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한 명은 귀 일부가 잘렸다.
직전에 러시아 군인들과 FSB 요원들로부터 전기충격기와 망치 등에 고문당하는 모습의 영상도 공개됐다.
이에 러시아 인권위원회는 “구금자에 대한 고문은 용납될 수 없다”며 “모든 절차와 조치는 법에 따라 수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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