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국인 ‘간첩’ 혐의 체포
북한 노동자 돕던 선교사 백 씨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 예상
러시아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한국 국민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건 이번이 최초다. 가뜩이나 북한 사람들을 돕는 직업을 가져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1일 러시아 타스통신은 올해 초 한국 국민 백 씨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백 씨의 직업은 선교사로,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 지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백 씨가 국가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겼다며 블라디보스토크에 구금했고, 백 씨는 추가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됐다.
보도 다음날, 외교부는 “현지 공관이 체포 사실 인지 직후부터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신변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자 한다”고 자세한 언급을 삼갔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소 징역 10년에서 최대 20년에 처해질 수 있다. 앞서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리나라를 서방 국가들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단 이유로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상태라 형량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 국민이 외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의 노력 끝에 해외에서 현지 법을 어겨 수감된 우리 국민이 석방된 건 이 사례가 처음이었다.
지난 2012년, 한국인 김씨는 관광 비자를 받아 이란을 여행했다. 여행 도중 김씨는 이란 군 시설과 국경지대 표지판 등 민감 시설을 촬영하다가 체포됐다. 이듬해 열린 1심 재판에서 그는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당했다.
정부는 김씨의 석방을 위해 “김씨가 현지 법과 현지 실정을 전혀 모르고, 간첩 행위를 할 의도도 없었다”며 이란에 10여 차례나 선처를 요청하고, 당시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이 서한도 보냈다. 노력 끝에 김씨는 석방됐다.
한편 우리나라 형법에서 간첩죄의 형량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군형법상 간첩죄는 사형이다.
우리나라에서 특별법을 제외한 형법상으로는 적국이나 반체제단체에 의한 간첩 행위만 처벌하며, 동맹국이나 기타 국가, 단체에 의한 스파이 행위는 기본적으로는 처벌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한국의 군사 기밀을 우방국인 미국이나 일본, 심지어 가상적국인 중국에 넘겨도, 간첩죄로는 처벌받지 않고 군사기밀보호법에 의해서만 처벌받게 된다.
최근 반도체 기술 등 산업 기술을 외국에 유출한 죄도 간첩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만과 미국은 기술 유출을 사실상 간첩죄로 규정하며 최소 5년 이상의 징역과 수억원대 벌금을 징수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사한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설립하려는 사람이 구속기소됐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용의자는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공장 BED와 공정 배치도를 훔쳐 중국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복제판 공장을 지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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