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인재 양성 관련 연설서 이토 히로부미 언급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건 열등의식”
제105주년 삼일절을 얼마 지나지 않아 여당 국회의원이 이토 히로부미를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서산장학재단의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했다.
성 의원은 이날 수혜 학생들을 격려하면서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해 일본 하기(萩)시의 청년 5명이 주 정부 재정국장 묵인 아래 금괴를 훔쳐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다음 세대를 키울 (장학)제도가 없을 때 (재정국장이) 금괴를 훔쳐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이토 히로부미 등 청년들이) 그 금괴로 공부하고 와 일본을 완전히 개발시켰다”며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지역사회가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미래에 조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발언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성 의원은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오는 4월 총선 충남 서산시태안구 후보이기도 해 공천을 취소해야 한단 목소리도 높았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제강점기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이다.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1909년 러시아와의 회담이 예정되어 있던 하얼빈역에서 안중근에게 저격당하면서 사망했다.
또 당시 제도가 없다는 성일종 의원의 주장과 달리 이토 히로부미는 조슈 번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수많은 인재 양성 사례 중 하필 이러한 이토 히로부미를 예시로 들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성일종 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금괴를 훔쳐서까지 공부해 일본의 근대화를 이룬 예를 들면서 이제는 장학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만큼 걱정 없이 공부에만 매진하라는 격려 차원이었을 뿐”이라며 “동시에 사람과 교육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이라 해명했다.
이어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안중근 의사에 의해 사살된 인물이고, 이제는 우리나라가 몇 가지 지표에서 경쟁국인 일본을 뛰어넘는 강국이 됐는데도 여전히 (일본에 대한) 그런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열등의식”이라고 말했다. 사과는 없었다.
당지도부도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일 총선에 나서는 자당 후보들에게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입조심’ 경계령을 내렸다.
그러자 성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장학사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취지와 다르게 비유가 적절치 못했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한편 성일종 의원은 자원외교 비리 관련 조사 대상이 된 새누리당 19대 국회의원이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친동생이다.
성 의원은 형에 대한 재평가와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이유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조한기 후보에게 1.8% 차이로 이기며 당선됐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재선에도 성공했다. 21대 국회의원으로서 당선되기 전에 한 공약은 총 10개였으나, 단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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