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 0.65명
1억 지원금, 자동 육아휴직 등 대기업 노력
정부 세제 혜택 방안 고민 중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또 한 번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았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엔 0.65명으로 나타나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다. 이 수치가 1명 미만인 나라는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부부들은 “아이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일을 하면 아이 키울 시간이 없다”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복지 혜택을 풀었고, 기업까지 가세해 저마다 파격적인 출산 복지를 마련했다.
부영그룹은 최근 2021년 이래 태어난 자녀를 둔 임직원 70명에게 출산장려금 1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셋째 아이를 낳는 임직원 가정에는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되는 경우 영구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중근 회장의 뜻으로, 그는 복지 혜택을 알리며 “저출산의 배경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및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앞으로도 저출산 해결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격적인 혜택에 정부도 이제 발맞춰 움직였다. 기획재정부는 부영그룹의 1억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간주하고, 증여세 대신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아이 낳기 좋은 회사’로 입에 오른다.
2022년 기준 롯데그룹 임직원과 배우자를 합친 인원(8만 7000명)의 100명당 출생아 수(롯데 출생률)는 2.05명이었다. 현재 0.72명과 비교하면 2배를 훌쩍 넘는다.
비결은 롯데그룹의 적극적인 육아휴직 제도 때문이다.
2012년부터 자동 육아휴직을 도입해 출산한 여성 직원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자동이기 때문에 상사 결재가 필요 없다. 2017년엔 남성 직원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이 모든 건 “일·육아를 병행하는 직원이 가장 소중한 인재”라는 신동빈 회장의 지론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턴 셋째 자녀를 출산한 임직원에게 카니발 24개월 렌트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국내 재계 서열 1위 삼성전자는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첫째 3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100만원이다. 육아 휴직의 경우 법정 기준보다 더 많이 준다.
현재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 양육 시 최대 1년 보장이지만, 삼성전자는 2년에 만 12세까지 적용한다. 이 밖에도 배우자 유급휴가, 임산부 주차장과 통근버스 배려석 등이 제공된다.
이러한 혜택은 물론 삼성전자 존재 자체가 지자체 출산율 증가에도 기여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가 들어선 경기도 평택시는 전국에서 합계출산율이 1명 이상인 유일한 지자체다. 캠퍼스 위주로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노동과 병행할 수 있는 복지 덕에 태어나는 아이가 많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육아기에 주 30시간만 일하는 단축근무제를 도입했고, SK이노베이션은 출산 전 3개월 휴직을 제공하고 출산 시 자동 육아 휴직제를 시행한다.
현대자동차는 첫째 300만원, 둘째 400만원, 셋째 이상 50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며 LG전자는 난임치료 휴가 3일 모두 유급 휴가로 변경했다.
이와 같은 기업의 노력에 기획재정부는 보상을 줄 듯하다.
최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의 자발적 출산 지원 노력에 대해 세제 혜택을 강구하라는 지시가 있어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 밝혔다.
세제 혜택 마련 시 근로자 세금부담도 줄여줄 수 있어 출산지원금 관련 소득세법 개정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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