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물적 분할
레이블 사업 부문 독립
자회사·계열사만 86개
지난 2005년 방시혁이 설립한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인 하이브가 내부 분란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걸그룹 뉴진스를 발굴해 낸 자회사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한 하이브가 내부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고수해 온 독립성을 보장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는다.
하이브의 경영 방식이 ‘경영권 탈취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는 점에 있어 향후 조직 개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2일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 등에 대한 감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어도어가 본사로부터 독립하려는 정황을 포착해서 관련된 증거 수집에 나섰으며, 감사 진행과 함께 하이브는 민 대표 사임 서한을 발송하고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어도어는 민희진 대표가 지난 2021년 설립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어도어와 민 대표의 영향력 아래 재작년 데뷔한 뉴진스는 히트곡을 연달아 선보이며 K-POP 간판 걸그룹으로 부상시킨 하이브의 자회사다.
하이브는 어도어 같은 자회사를 산하에 많이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브의 성장을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멀티 레이블 체제’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하이브의 박지원 대표는 지난 2021년 취임한 이후 멀티 레이블 체제 구축에 많은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대표가 구축한 멀티 레이블 고유의 창작 시스템과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덕에 그룹별로 독창적인 히트곡들이 나왔고, 슈퍼 IP(지식재산) 탄생 가능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하이브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던 요인으로 꼽힌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통한 경영 방식의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하이브는 엔터사 최초로 연 매출 2조 원을 넘겼으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작년 말 기준 회사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돌파함에 따라, 국내 엔터사 최초의 대기업 지정을 목전에 둔 와중에 ‘민희진 사태’가 터진 것이다.
‘민희진 사태’의 핵심 축인 어도어는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며 들고 반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어도어 측은 지난 3월 데뷔한 여성 5인조 아이돌 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여러 방면에서 모방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일릿을 탄생시킨 건 하이브 산하의 또 다른 레이블 중 하나인 빌리프 랩으로 알려졌는데 빌리프 랩이 뉴진스를 모방한 걸그룹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는 여러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이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어도어는 그 레이블 중 하나”라고 말하며 “그런데 어도어 및 그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멀티 레이블은 독립적으로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체제이지, 계열 레이블이라는 이유로 한 레이블이 이룩한 문화적 성과를 다른 레이블들이 따라 하는데 면죄부를 주기 위한 체제가 결코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하며 “하이브와 빌리프 랩, 그리고 방시혁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나 대책 마련은 하지 않으면서 단지 민희진 대표 개인을 회사에서 쫓아내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반박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발발한 이유를 하이브의 문어발식 경영이 원인이라고 꼽는다.
하이브 내부에서 진작 문제 제기는 시작됐으며, 민희진 사태의 경우 ‘레이블 간의 심화한 내부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사례’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로 산하 레이블들이 독립적인 행보를 취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기 때문에, 하이브가 기존 멀티 레이블 전략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하이브가 현재 어도어 외에도 하이브아이엠, 위버스 컴퍼니, 플레디스, 쏘스뮤직, KOZ, 하이브 재팬, 하이브 아메리카를 비롯한 총 86개의 자회사 및 계열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 사태가 번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당초 하이브의 물적 분할로 계열사 및 자회사 분리가 일어나며 하이브 소속 가수 BTS의 군 리스크를 잘 대비했다고 평가되어 왔다.
또한, 하이브가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며 지배력 강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당시 물적분할을 반대하던 소액 주주들 역시 하이브의 물적 분할이후 하이브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하이브의 성공 신화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걸그룹 뉴진스를 만든 어도어를 주축으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이 하이브가 가진 ‘문어발식 경영’의 문제점에 대한 방증이다.
한편, 하이브 박지원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은)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진정성을 갖고 실행해 왔기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시행착오”라고 밝히며 “이번 사안을 잘 마무리 짓고 멀티 레이블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뉴진스와 아일릿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것을 실행해야 할지 지속해 고민하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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