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에게 회사 지분 선물한 코오롱 이웅열, 후계자에겐 얼마나 넘겼나 보니…

코오롱 이웅열, 부인에게 주식 증여
금액 환산 시 5억 2천만원
‘후계자’ 이규호의 지분은?

㈜코오롱을 주축으로 한 섬유·화학특화 기업 코오롱의 이웅열 명예회장이 부인에게 10만주 이상의 주식을 넘겨 눈길을 끌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억원이 훌쩍 넘어 그의 의도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웅열 명예회장은 부인 서창희 여사에게 코오롱의 계열사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식 16만 5,000주(0.26%)를 증여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증여일 기준 약 5억 2,000만원이다.

이번 증여로 이웅열 명예회장의 지분은 0.12%로 줄었고, 서 여사는 처음으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주 명단에 올랐다.

이 명예회장은 부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속셈일까?

재계는 이번 증여를 두고 ‘절세’를 위한 목적으로 보았다. 현행법상 부부 간 증여는 10년간 최대 6억원까지 비과세된다. 10년 뒤 다시 한번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추후 배우자 명의로 주식을 매도하면 증여세와 주식 양도세도 아낄 수 있다.

배우자에게 증여한 뒤 이를 현금화해 자녀에게 물려주는 방법은 이미 절세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지배구조에 있어선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최대 주주는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으로 지분 74.53%를 보유한다. 서창희 여사를 비롯한 특별관계자 보유비율은 77.43%다.

이 명예회장은 이미 2018년 회장에서 물러났고, 그룹은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지난 3월 ㈜코오롱 정기 주주총회에 정남인 이규호 부회장이 지주사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사내이사로도 신규 선임됐다.

코오롱의 주력 계열사에 사내이사로 오르면서 ‘이규호 시대’가 오리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관건은 이규호 부회장에게 아직 코오롱 지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 명예회장은 은퇴 당시 “(이규호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1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이웅열 명예회장은 ㈜코오롱 지분 51.64%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규호 부회장은 하나도 없다.

1984년생인 이규호 부회장은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했다.

구미공장에서 현장 업무를 익힌 그는 1년 뒤 코오롱글로벌로 이동한 뒤 부장, 상무보로 초고속 승진했다.

2017년엔 상무로 승진하며 ㈜코오롱 전략기획실 상무를 맡았고 이웅열 명예회장이 은퇴한 해엔 코오롱인더스트리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에 오르며 패션사업을 총괄했다.

부회장이 오른 뒤 진두지휘했던 코오롱모빌리티는 출범 첫해에 매출 2조 4.030억원을 달성하는 등 좋은 성과를 냈다.

이를 기반으로 그룹의 전반적인 실적 역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코오롱그룹은 현재 수소·친환경소재 등 친환경 사업 부문 연구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풍력발전단지와 연계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등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또 ‘슈퍼섬유’라 불리는 첨단소재 아라미드 생산설비를 7,810톤 규모로 증설 완료하고 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18일 기준 코오롱의 주가는 전일 대비 1.40% 포인트 오른 1만 5,92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