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건설 업체 태영건설
워크아웃 전에 형식적으로 부도 처리
최상위 건설사, 부도 위기 가능성 높아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6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절차상 부도처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3대 지상파 방송사 중 하나인 SBS의 관계사 태영건설이 부도 위기에 닥친 것은 2023년이다.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에 위기는 2022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거론됐다. 당시 새마을 금고 위기설, 롯데건설의 자금조달 난항으로 건설업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극히 부정적이었다. 그 당시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 비율이 타 건설사 대비 높은 편으로 판단되어 우발 채무 리스크가 높은 것이 알려졌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하며 대한민국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유동성 확보가 힘들어지고 대출 만기 연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PF 규모가 크고 만기가 임박한 건설사들이 지목된 것이었는데 이 중 태영은 부도 임박이라며 가장 위험한 건설사로 꼽혔다.
지난해 12월 15일 하청 업체에 지급하기로 한 계약금이 계약 당시 현금으로 지급되기로 했으나 어음으로 지급한 것이 발단되어 태영건설의 재정 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찌라시와 함께 갑작스럽게 부도설이 확장되었다. 한국 기업평가에서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태영건설의 부도 위기는 사실화되었다.
12월 28일 태영건설은 공식적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으로 보아 부도 수준까지는 아닌 것으로 추정되며 태영건설 내부가 상당히 부실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태영건설 측은 작년 11월 발행했던 60억 원의 기업어음을 예금 부족으로 부도 처리했다고 공시했다. 만기는 지난 23일로 워크아웃 이전에 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어음 발행 당시 산업은행에 60억 원의 약속어음을 제공하여 산업은행은 이를 한국예탁결제원에 입고한 것이다. 기업어음의 특성상 만기 연장이 불가하여 기술적인 부도 처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대한 워크아웃을 진행하면서, 이는 최종 부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부도 어음 신고 시 등록의 특혜에 따라 부도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총선 이후 나올 ‘살생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PF 대주단이 59개 사업장 가운데 30~40개의 사업장 처리 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을 진행할지 정리할지에 대한 것을 일차적으로 판단하여 제출했다. 실사를 거친 후 오는 4월 최종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태영건설 59곳 사업장의 향후 사업을 정리할지, 계속 이어나갈지 처리 방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마감 시한을 넘기더라도 이번 주에 대다수 사업장이 처리 방안을 늦게라도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태영건설의 60곳 사업장 중에 18곳은 브릿지론 단계, 나머지 42곳은 본 PF 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사업 초기인 브릿지론 단계 사업장 18곳이 경·공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착공 전인데 대출 만기만 여러 차례 연장되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된다. 본 PF 단계에 들어선 사업장에 관해서는 어느 장도 자금이 필요하고 부족한 유동성 공급은 누가 해줄지 등을 두고 막판 협상 중이다.
이에 산업은행 관계자는 “어떤 사업장이냐에 따라 대주단 구성이 단순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업장은 복잡할 수도 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브릿지론 단계인지 본 PF 단계인지, 혹은 지역별로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각 사업장이 제출한 1차 처리 방안이 모두 수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계 관심은 안진회계법인의 PF 사업장별 실사 결과에 쏠리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선정한 회계법인이 자체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검토하며 대주단 판단과 다르게 사업장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재차 설득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PF 사업장 실사를 진행할 별도 회계법인으로 안진회계법인을, 태영건설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별도 회계법인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여 실사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오는 4월 11일 최종 기업개선계획을 결의한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태영건설에 부족한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지난 23일 제2차 채권자협의회에서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사를 이어가기 위해 자금이 계속해서 필요하여 자금 마련을 위한 계열사 매각까지 시간이 걸리자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로 SBS가 자회사인 ‘스튜디오 프리즘’을 통해 태영 그룹 지주사이자 SBS의 대주주인 TY 홀딩스의 자회사 ‘SBS 미디어 넷’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SBS의 구성원들은 태영의 위기를 대신해 SBS가 빚보증을 서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보인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업계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는 종합건설 시공 능력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1위~50위 권의 건설사 중에서도 부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이들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곳이 14곳으로 상당수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부채 비율이 70% 이상인 건설사도 28곳으로 추정됐다.
양의원은 “부도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 워크아웃을 준비 중인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이 257.9%, 유동부채 비율이 68.7%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종합건설 시공 능력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건설사들도 부도 위기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 만큼 재무 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에서 종합건설사의 위기감이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워크아웃의 취지는 대주단과 기업 모두 지금의 손실에 집착하지 말고 고통을 분담해서 각자의 손실은 물론, 사회적 손실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영건설 측은 자구노력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대주단은 공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처리 방안을 신속히 확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건설업계에 피바람을 몰고 온 가운데 성공적인 워크아웃을 위해서는 기업과 대주단, 금융당국 등 각 주체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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