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석유재고 2004년 후 최저… 중동 불안에 아·유럽 수요 몰려 호르무즈 봉쇄 속 여름철 성수기 맞물려
배럴당 200달러 전망도 ‘원가’ 짓눌린 석화·항공 업계… 물류비 폭탄에 제조업 판관비도 ‘압박’

미·이란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로 국제유가 급등 경고등이 켜지면서 국내 산업계의 원가 부담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 석유 재고가 2004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고, 올여름 유가 200달러 전망까지 나오면서, 석유화학·항공·물류업계의 하반기 수익성 방어가 핵심 변수로 급부상했다.
4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원유·석유제품 재고는 지난달 29일 기준 15억7000만 배럴로, 2004년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다.
중동 불안에 아시아·유럽이 미국산으로 눈을 돌리며 재고 고갈이 빨라진 탓이다. 실제 5월 미국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56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공급 차질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엑손모빌은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한계점에 도달하기까지 2~3주밖에 남지 않았다고 봤다.
낮은 재고와 호르무즈 리스크, 여름철 수요가 맞물리면 유가 상방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호르무즈 항구와 그곳에 정박한 어선들 — 사진 제공: crobackpacker
미국 에너지 컨설팅업체 래피던 에너지그룹은 호르무즈 해협 차질이 8월말까지 계속될 경우 현재 배럴당 90달러 중반대인 국제유가가 최고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 가격이 부담이다. 나프타는 국제유가와 연동돼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생산 원가를 좌우한다.
범용 제품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과잉 속에 원료비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올해 1분기 저가 원료 투입에 따른 래깅 효과로 일부 실적 개선이 있었지만, 고가 나프타가 본격 투입되는 시점에는 제품 스프레드 방어가 다시 관건이다.
정유업계의 셈법도 복잡하다. 유가 상승기에는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지만, 변동성이 커지면 손익도 함께 출렁인다.
미·이란 협상이 진전을 보이더라도 통항 안전에 대한 재평가와 선박 운임, 전쟁위험 보험료 조정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원유 도입 부대비용 부담은 당분간 불가피하다.
항공과 물류업계 역시 유류비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항공유와 경유 가격이 상승해 운항비와 운송비 부담이 커진다.
유류할증료를 통해 일부 비용을 보전할 수 있다지만, 수요 둔화 국면에서는 가격 전가에는 한계성이 분명하다. 물류업계 역시 해상·육상 복합 물류 비용 전반에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4일 장중 1533원을 넘어서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기업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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