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창립 60주년
한앤코 측 신규 경영진
사명 변경 가능성 높아
남양유업이 지난 13일 창립 60주년을 맞았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와 사모펀드 간의 경영권 분쟁을 마친 후 처음 맞는 기념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분유·시유·발효유 등의 유제품과 음료·커피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가공 및 판매하는 유제품 전문가공업체다. 남양유업은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과 함께 3대 우유 업체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60년 전인 1964년 홍두영 창업주가 남양유업 주식회사로 설립해 지금의 남양유업으로 발전했다. 창립 초기에는 우유 사업보다 분유 사업에 먼저 발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당시 낙농업의 불모지였기 때문에 분유를 국내에서 구하기가 힘들었다. 이에 창업주 홍두영은 분유가 없어 태어나자마자 배고픔에 고통을 겪는 아기들을 보고 국내 최초의 국산 조제분유인 ‘남양분유’를 1967년 생산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천안공장에 이어 세종공장을 신설해 분유 생산량을 대폭 증가시켰다.
이후 1970년대 ‘우량아 선발대회’로 기업의 이름을 알리고 우량아 선발대회가 끝나고 신생아 육아 관련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당시 분유 판매 기록이 독보적인 수준이었다고 전해졌다.
처음으로 3.4 우유를 선보였는데 이는 잘되지 않았다가 1990년대 중반 ‘아인슈타인’을 내놓으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년 동안 4,5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 유제품 업체 중 가장 큰 제조 인프라를 가진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비도덕적 기업이라는 오명이 생겼다.
이 사건은 2013년 남양유업이 지역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주장과 관련되어 녹취록 공개로 파문이 인 사건이다. 이 녹취록에는 남양유업의 영업 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이 섞인 폭언을 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직원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의 조처를 했으나 인터넷상에서 불매운동이 퍼지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블랙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후 남양유업의 대표 제품인 아인슈타인 우유는 DHA 함량을 과대 광고했으며 발효유 불가리스에 독일산 발효균을 쓰면서 불가리아와 연관 짓는 마케팅을 하는 등의 수많은 논란이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2013년에 벌어진 논란으로 주가는 타격을 입었다. 2011년 초만 해도 상장된 유업 회사 중 주가가 가장 높았던 것에 비해 시가총액이 매일유업에 따라잡히는 등의 일도 있었다.
2017년도에 들어서면서 영업이익률은 92% 급감했다. 갑질 사건 이후로 남양 유업의 시가총액은 꾸준히 하락했으나 매출액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남양유업은 이후 자사의 로고를 직접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백미당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브랜드 가치 추락을 방지하려는 계책으로 보인다.
논란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결국 홍두영 창업주의 장남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1년 회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분 53%를 3,107억 원에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넘기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홍원식 회장 측이 4개월 뒤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1월 대법원은 홍원식 회장이 당초의 계약대로 한앤코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월 말 남양유업의 최대 주주가 홍원식 회장에서 한앤코로 변경되며 분쟁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대법원은 홍 회장이 당초 계약대로 한앤코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달 31일 남양유업 최대 주주가 홍 회장에서 한앤코로 변경되며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창립 60주년이 되는 13일, 남양유업은 사상 초유의 조용한 창립 기념일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흔한 창립기념일 행사도 없이 조용한 60주 년을 맞이한 것이다.
남양유업 측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한앤코 측의 인사들을 신규 경영진으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주명부가 작년 말 기준으로 되어 있어 최대 의결권을 지닌 홍원식 회장 측이 고문 선임과 가족 임원 예우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그룹 내 경영권 분쟁에 대한 뒷이야기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남양유업의 최대 주주가 한앤코 측으로 바뀐 뒤, 신규 경영진에 선임된다면 사명 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사명인 남양유업은 창업주 일가의 성인 ‘남양 홍씨’에서 따왔기 때문에 한앤코 측이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또한, 이미 남양 유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기 때문에 한앤코 측에서 이런 브랜드 이미지의 오명을 첫 발바닥을 딛는 자리에 가져가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식품업계에서는 한앤코가 새로운 경영진을 맡게 되면서 ‘뉴 남양’에 대한 출범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아기 사랑 60년 업력을 바탕으로 쌓아온 기술력과 품질로 고객 만족에 매진 중이라며 향후 100년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연구와 개발 등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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