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승지원 방문
삼성그룹의 ‘영빈관’
국내외 거물 다녀가
지난달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Meta)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10년 만에 방한했다. 저커버그는 방한 기간 조주완 LG전자 사장, 국내 확장현실(XR) 스타트업 관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차례로 만난 뒤 마지막에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이 중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만난 곳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이 아닌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이었다.
재계는 회동 당시 메타가 개발 중인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3’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칩 위탁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승지원은 삼성가에서 귀빈을 맞이하고 숙박을 제공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곳으로, 삼성그룹의 ‘영빈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곳은 원래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거처였다. 1987년 이병철 사망 후 이건희 선대회장이 물려받고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신축했다. 국내 최고 궁궐 건축 전문가인 신응수 대목장이 맡아 약 100평의 한옥으로 변신했고 이 선대회장은 ‘승지원’이라 명명했다. 뜻은 ‘뜻을 이어 받은 집’으로, 창업주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후 이 선대회장부터 이재용 회장까지 국내외 귀빈을 승지원으로 모시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 생전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주로 승지원에서 회동했다. 자주 찾은 인사로는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이 있다.
국내 올림픽 개최를 위해 노력하던 이 선대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도 승지원으로 초대했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임스 호튼 코닝 명예회장 등 글로벌기업 거물들도 승지원을 방문한 바 있다.
이재용 회장으로 대가 넘어간 후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승지원 방문이 화제가 됐었다.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와 현대자동차 정의선·SK그룹 최태원·LG그룹 구광모·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승지원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날 이 회장은 왕세자와 개별 면담도 별도로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이건희 선대회장의 사망 후엔 이재용 회장이 공식적으로 승지원을 물려받았다.
지난해엔 부친의 ‘일본 친구들’이라 불리는 삼성의 일본 전자 부품·소재 기업 경영진을 승지원으로 초대했다.
이처럼 삼성의 경영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가 이뤄지는 승지원은 몸값도 남달랐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4년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승지원의 공시가는 171억7000만원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비싼 단독주택이다.
승지원은 수년째 전국 단독주택 공시지가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이재용 회장과 마크 저커버그 CEO는 하버드 동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번 방한 외에도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매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사교 행사에서 만나 두 사람은 친분을 쌓았고, 저커버그 CEO는 지난 2013년, 2014년 방한해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수원사업장을 찾았었다. 2016년에는 이 회장이 미국을 방문해 저커버그 CEO와 면담했다.
특히 2020년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소식을 접한 저커버그 CEO는 이 회장에게 애도의 뜻을 담은 위로 메일을 보내고, 빈소에 조화까지 전달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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