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 보는 기업 많아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
신세계그룹, 사업화로 흑자 기록

한국에서 야구는 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는 전두환 정권이 민심을 수습하는 수단으로 스포츠를 이용하면서 프로야구를 개막한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권 차원에서 총임직원 수가 3만 명 이상인 기업 중 업종별 한 곳씩을 선정하면서 재무구조가 튼튼한 대기업을 선별해 구단을 만들도록 했다. 이때 일종의 지역 연고를 중시하면서 기업 총수의 출생지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이러한 방식으로 한국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MBC 청룡(서울), 롯데 자이언츠(부산), 삼성 라이온즈(대구), OB 베어스(대전), 해태 타이거즈(광주), 삼미 슈퍼스타즈(인천) 등 총 6개의 팀이 창단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한국 프로야구는 기업의 흥망성쇠와 그 궤를 함께하며 발전해 왔다. 프로야구단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과거의 프로 야구단 매각 이유는 하나같이 모기업 경영난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에 구단을 매각한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SK 와이번스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은 지난 2021년 20년 동안 운영해 오던 야구단을 신세계그룹에 매각했다. 신세계그룹은 이 과정에서 약 1,300억 원의 거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각은 스포츠 구단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부터 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에서는 야구를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기보다 사회 공헌적인 측면과 야구단에 대한 투자를 통한 기업 홍보와 긍정적 이미지 제고에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프로 야구단의 경우 운영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23년 정규 리그 6위에서 2024년 1위로 뛰어오른 기아타이거즈의 보고서를 확인해 보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아타이거즈는 지난해 매출액 454억 원, 영업 적자 4억 원을 기록했다. 기아타이거즈도 모기업인 기아의 홍보와 광고를 해주는 대가로 이러한 손실을 기아가 전액 보전해 주는 약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SSG 랜더스의 경우는 독특하게 야구장을 사업의 도구로 쓰는 방식을 선택했다. 신세계는 인수 몇 년 전부터 프로 야구단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 프로 야구 관중 핵심을 이루는 20∼30대와 최근 증가하는 여성 관중이 모두 유통업 핵심 고객과 겹친다는 점 때문이다.
SSG 랜더스는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스타벅스 데이, 쓱닷컴 데이, 이마트 데이, 이마트 몰리스 데이, 노브랜드 버거 데이 등 수많은 이벤트를 열어 이벤트 유니폼, 체험 부스, 굿즈, 포토존을 통한 SNS 인증, 이닝 중간 선물 이벤트 등 SSG의 경기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이벤트들을 만들어 나갔다.
그 결과 과한 비용에 인수했다는 세간의 반응과 다르게 SSG 랜더스는 신세계그룹에 피인수된 지 1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모기업인 SSG닷컴 또한 야구단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콘텐츠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와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단순히 야구를 보는 것을 넘어 젊은 연령대의 신규 팬들을 주요 계열사의 핵심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한편, 하나의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프로 야구단의 수익 구조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지분 구조 다각화가 필수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 전문가는 “현재는 모기업이 구단 지분을 100% 소유하는 구조”라면서 “모기업 지분과 보조금을 줄이고 연고지 중심으로 운영하며 외부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주주를 다각화하면 구단이 자생력을 가지게 된다”라며 “이렇게 되면 자연스러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해진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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