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인공지능 종목 호재
팔란티어 연일 초고가 갱신
한국 시장, 미 증시와 온도 차 커

미국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인 팔란티어가 연일 초고가를 갱신해 화제다. 팔란티어는 4일(현지 시각) 장중 첫 100달러를 돌파했다. 팔란티어는 이날 전일 대비 23.99% 오른 103.83달러(15만 896원)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 16.72달러였던 주가에 비하면 6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팔란티어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해 조직이 복잡한 데이터를 쉽게 이해하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주로 공공 정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들의 거래처 또한 대부분이 정부의 정보기관이다. 팔란티어는 AI 플랫폼을 미 국방성,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의 기관에 제공 중이다.

정부 및 군사 정보 분석에 특화된 ‘고담(Gotham)’ 플랫폼과 상업 부문 기업을 위한 ‘파운드리(Foundry)’ 플랫폼은 이 회사의 핵심 사업이다. 최근에는 AI 플랫폼(AIP)을 통해 고객들이 다양한 데이터를 단일 모델로 통합하고, AI 기반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기업용 AI 솔루션 사업까지 확장하고 있다.
특히 팔란티어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기업에 꼽힌다. 피터 틸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도운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다. 페이팔 마피아는 1990년대 후반 설립된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을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공동 창업자 피터 틸, 리드 호프먼 전 페이팔 부사장,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팔란티어는 ‘일론 머스크 테마주’일 뿐만 아니라 최근 시장의 관심이 높은 방산 키워드까지 갖추고 있어 혜택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AI 관련주인 엔비디아 또한 ‘딥시크 쇼크’로 인해 최근 내림세를 기록했지만, 월가의 투자 분석가들은 엔비디아 주가가 향후 12개월 동안 꾸준히 상승해 172.8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엔비디아는 AI 투자 확대 소식이 들려오면서 5일(현지 시각) 기준 전날보다 5.35% 오른 12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설 연휴가 끝난 후 열린 국내 증시에도 딥시크 쇼크의 여파가 미쳤다. 지난 31일 사실상 엔비디아에 고성능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주가는 9.86% 급락했다. 이날 HBM 핵심 장비를 제조하는 한미반도체 주가도 6.14% 하락했다.
반면 딥시크처럼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필요 없이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에 소프트웨어 회사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6.13%, 7.27% 반등하며 반사적인 이익을 누렸다. 해외 시장에 따라서 AI에 대한 투자 심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다. 큰 흐름만 살펴보더라도 한국 증시는 위기에 처했다. 현재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코리아 엑소더스(국내 증시 대탈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월간 기준)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기간 이어진 탈출 움직임이다.
많은 국내 투자자도 지난해 국내 증시 시장을 떠났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9개 증권사(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삼성, 키움, NH, KB, 신한, 토스, 카카오페이증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이들 증권사의 국내 주식 거래 규모(개인 투자자가 매수·매도한 주식 합)는 6,352억 5,400만 주로 2023년(7,303억 7,900만 주)보다 약 13% 감소했다.
반면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 2002년 593억 1,000만 주에서 2023년에는 1,124억 3,500만 주로 89.6% 증가했고, 2024년에는 1,564억 1,900만 주로 2023년에 비해 39.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작년 초부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국내 증시 성과는 주요국 중 가장 부진하게 나타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이어지는 기업 거버넌스 이슈로 인해 국내 증시와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졌다.
두 증시 시장의 수익률 차이도 투자자들이 떠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카카오페이 증권이 발표한 ‘2024년 투자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증시 투자자는 72%가 이익을 거두었지만, 국내 증시에서는 그 절반에 못 미치는 48%가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로 10% 이상의 수익률을 낸 이들도 미국 증시가 32%로, 국내 증시 투자자의 13%를 크게 앞질렀다. 평균 수익률 또한 역시 미국 증시가 5%로 0%인 국내 증시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현정 의원은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밸류업 정책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오히려 해외 시장으로의 자금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라며 “단순한 주가 부양책은 해답이 될 수 없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투자자 친화적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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