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괴산군민가마솥
5억 원 들여 제작 뒤 방치
전국 곳곳 ‘혈세 낭비’ 조형물
조선시대에 충북 괴산군에서 나온 ‘가마솥’은 명성을 날렸다. 지역 명물이자 명품인 가마솥은 괴산군민의 역사적 정체성이었다. 그래서 이를 기념하고자 43톤에 달하는 대형 가마솥을 만들었는데, 큰돈 들여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고 한다.
괴산군은 지난 2005년, 군민 성금을 포함한 예산 5억 1,500만 원을 모다 17.85m, 지름 5.68m, 무게 43.5톤에 달하는 초대형 가마솥을 만들었다. 가마솥으로 지은 밥을 함께 나눠 먹으며 군민 화합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괴산군은 다 만들어진 가마솥으로 옥수수를 다량으로 삶으며 완성을 축하했다. 또 기네스북 등재에 기재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호주의 더 큰 질그릇에 밀려 등재가 무산됐다. 원래 목표였던 ‘밥 짓기’라도 하려 했으나 솥 바닥이 워낙 두꺼워 애초부터 밥 짓기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군민을 비롯한 여론의 관심을 금세 시들해졌고, 2007년 이후 가마솥은 그렇게 15년 넘게 흉물처럼 방치됐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2000년대에 5억 원을 들여 만든 조형물이라니, 사람들이 얼마나 기대를 많이 했을까?”, “성금이랑 세금 너무 아깝다”, “밥도 못 짓는 가마솥을 짓는 데 5억 원? 그때 군수 누구였나?”, “녹여서 재활용했으면 좋겠다” 등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처럼 ‘혈세’를 낭비했단 평을 듣는 조형물은 전국 곳곳에서 발견된다. ‘구룡포 과메기’로 유명한 경북 포항시는 2009년 3억 원을 들여 ‘은빛 풍어’ 조형물을 설치했다. 그러나 설치 이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꽁치가 바다에서 박차고 올라오는 모습이 아니라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으로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돌았다. 이에 포항시는 설치 10년 만에 헐값에 매각한 뒤 철거했다.
경북 군위군은 특산품인 대추를 홍보하기 위해 2016년 약 7억 원을 들여 ‘대추화장실’을 설치했다. 그런데 조형물로서도, 화장실로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아직도 나오고 있다. 면 소재지에서 2.5㎞나 떨어진 한적한 도로변에 위치해 이용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공공미술 전문가들은 “과도한 전시성 행정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