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서 인명사고 발생
정몽규·정지선·허영인 등
사고 뒤 행보에도 비판
어느덧 2022년 한 해도 끝을 향해 간다. 올해 재계는 다사다난한 일 년을 보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취임 등 경사가 있었던 반면 안 좋은 일도 많이 일어났다. 유독 대기업 회장님들이 고개 숙여 사과한 사건이 생겼다는데, 어떤 일들이 지나갔을까?
올 초에는 공사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의 화정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져 인근 컨테이너와 승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당시 작업하던 인부 6명이 잔해에 깔려 실종됐으며 오랜 기간 수색을 펼쳤지만, 안타깝게 전원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이 사고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사고 발생 엿새 뒤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밝혔다. 이어 “아파트의 안전은 물론 회사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참담한 말을 금할 길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이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사과한 이유는 화정 사고 7개월 전, 같은 광주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철거 작업을 하다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일명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로 불리는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정몽규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사고로부터 4개월 뒤엔 다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주 예정자의 요구에 따라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붕괴 사고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했으나 정 회장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 활동을 위한 해외 출장을 떠나는 것을 불출석 사유로 제시했다.
다른 현대가문 회장도 비상사태에 걸렸다. 지난 9월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에 있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와 외부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로, 개점 전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업무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화재 현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그는 “사고로 희생되신 고인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시 화재 원인조차 제대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백화점그룹 측이 위로금을 명목으로 합의를 시도하려던 정황이 포착돼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사측은 유가족에게 사고 시 연령과 기대여명, 월수입 등을 고려해 저마다 다른 손해배상액을 책정해 제시했다.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는 SPC그룹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10월 15일, 경기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빵 소스 배합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숨졌다. SPL은 SPC그룹 계열사로, SPC 프랜차이즈 매장에 빵 반죽과 재료 등을 납품한다.
이 사고로 앞서 SPC그룹 계열사의 다른 노동 착취 문제까지 함께 불거지면서 회사는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파리바게뜨, 삼립 등 SPC 발 브랜드와 제품 불매운동이 퍼져갔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사망사고에 직접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3년 간 총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SPL이 사고로 평택 제빵공장 생산이 중단되자, 일부 근로자를 대구에 있는 SPC 계열의 또 다른 공장으로 보내 작업시킨 사실이 확인돼 회사를 향한 비판이 가중됐다.
SPC그룹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날, 우리나라 대표 IT그룹에서도 전 국민에게 불편을 안긴 사고가 생겼다. 지난 10월 15일, 경기 성남시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불이나 이 과정에서 서버 작동에 필요한 전원 공급이 끊겨 카카오의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이 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카카오톡을 비롯해 널리 쓰이는 정보기술(IT) 서비스에 오류가 몇 시간 넘게 이어지며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이용 중단은 시간 단위를 넘어 아예 날을 넘기면서 카카오톡 12년 역사상 가장 긴 시간 이어진 장애로 남았다.
사고 발생 나흘 뒤,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이용자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카카오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 말한 뒤 함께 단상 밑으로 내려와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이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 출석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비스 제공이 미흡했던 것이 있었다”며 “불편을 끼쳐서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국정감사에 나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 피해 보신 사용자, 고객사 여러분 죄송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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