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마일리지 공제 개편안
운항거리로 공제 기준 변경
원희룡, “고객은 뒷전” 일침
지난 2019년 12월, 우리나라 대표 항공사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공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간 동북아시아, 동남아, 서남아, 북미·유럽·대양주의 4그룹으로 나눠 마일리지를 공제하던 것을 실제 운항 거리별로 10구간으로 나눠 공제 기준을 세분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단거리 항공권은 마일리지 공제율이 낮아지고, 장거리 항공권은 마일리지 공제율이 크게 높아진다. 즉, 단거리는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하고, 마일리지는 주로 장거리 항공권 발권이나 좌석 승급에 사용하는 여행객들에게는 불리한 개편이다.
이를 골자로 대한항공은 2021년 4월부터 적용하려 했으나, 한 달 뒤 전 세계 코로나19 발발로 해외여행이 끊기자 개편은 무기한 연기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해부터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자 대한항공은 묵혀뒀던 마일리지 개편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오는 4월부터 개편된 마일리지 제도를 적용하려 했으나, 이 소식이 알려지니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방적인 마일리지 혜택 축소 개편이다”, “개편이 아닌 개악 수준”, “코로나 때문에 힘들 땐 국민 혈세로 지원받아놓고 배은망덕하네” 등의 비난을 받았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귀로 들어갔다.
지난 15일 원 장관은 SNS를 통해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고객들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역대 최고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19일에도 “코로나 때 고용 유지 지원금과 국책 금융으로 생존했는데 감사의 프로모션을 못 할망정”이라며 대한항공을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기간 정부로부터 고용유지, 공항 사용료 감면 등으로 3,800억 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공부문 항공권 선(先)구매 운동, 여객기 화물 운송 개조 조기 승인 등 돈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도 받았다.
원희룡 장관의 철퇴를 맞은 대한항공은 결국 꼬리를 내렸다. 원 장관의 두 번째 SNS 게시글 다음날인 지난 20일,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관련 현재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개편 연기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개편 시행이 연기됐다. 문제가 된 공제율을 조정한다면 4월까지 개선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공제율과 적립률을 조정하고, 마일리지로 구매하는 보너스 좌석 확대 규모도 기존보다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