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내 공개 입찰 개최
13조 원 희망하는 글레이저
수익은 가문 빚 탕감에 사용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새로운 구단주를 본격적으로 물색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맨유는 공식 채널을 통해 ‘구단 매각을 고려 중’이라는 성명을 낸 바 있는데, 성명서에는 “이사회는 클럽에 대한 신규 투자, 판매 혹은 회사와 관련된 기타 거래를 포함한 모든 대안을 고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맨유는 이달 중순 안에 구단 인수에 관심을 보인 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 공개 입찰 회의를 열 전망인데, 여기에는 미국을 비롯한 중동, 아시아의 자산가 그리고 기업이 해당된다. 다만 큰 빚을 떠안긴 채 매각을 발표한 ‘글레이저 가문’에 맨유 팬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EPL 5번 우승은 옛말
부진에 빠진 맨유의 현실
글레이저 가문은 2003년에 맨유 주식을 처음 구매한 후 약 1조 1942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지불해 대주주가 됐다. 이후 글레이저 가문은 1986년부터 맨유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구단 운영을 모두 맡기며, 10년 동안 5번의 EPL 우승과 2008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등 역사를 일궈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2013년 은퇴한 후 맨유는 단 한 번도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게다가 타 구단주와 달리 투자에 인색한 것은 물론 약 7500억 원의 부채를 안긴 것. 이에 맨유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에 대한 큰 반감이 생겼고 퇴진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런데 글레이저 가문은 여전히 현실 파악이 잘 안되는 듯하다. 이들이 바라는 계약 규모는 약 9조 원에서 13조 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맨유의 시가총액이 약 4조 4922억 원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배당금만 챙겨
이적료 지출은 극과 극
이를 두고 한 전문가는 “물론 맨유와 관련해 고려되지 않은 프리미엄이 존재한다. 그러나 맨유가 새롭게 지출할 것을 감안했을 때 글레이저 가문이 원하는 금액에 인수는 어려울 것이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글레이저 가문은 투자자들과 미팅을 가지며 여전히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겨울 이적시장이 진행되는 동안 맨유는 이적료를 한 푼도 지출하지 않아 축구 팬들로부터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는 맨유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약 3276억 원의 이적료를 쏟았던 바 있기에 더 놀라울 수밖에 없다. 물론 선수를 한 명도 영입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모두 임대 신분으로 이적료를 한 푼도 쓰지 않아도 됐던 것.
이처럼 글레이저 가문은 투자는 전혀하지 않았지만, 맨유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자신들의 빚을 탕감하는 데 사용했다. 실제 10년간 글레이저 가문이 챙긴 배당금은 무려 약 2011억 원으로, 여기에 지분 매각을 통해 약 2330억 원까지 가져갔다. 이에 유럽 최고의 수익성을 가진 구단이 구단주의 빚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