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를린
촬영본 담긴 디스크
엄청난 부가가치세
영화 <도둑들>, 드라마 <남자친구> 등 해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 이국적인 풍경에 눈이 즐겁다.
그런데 이렇게 영상을 해외에서 촬영한 후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국내로 들여온다면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영화 <베를린>의 제작사 외유내강이 이 때문에 2억 원이 넘는 부가가치세를 낸 사실이 뒤늦게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2년 영화 <베를린> 제작사는 현지 로케이션 촬영 마친 후 귀국했을 때 2억 8천만 원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과세대상은 영화의 내용을 담은 하드디스크였다.
제작사는 해외에서 촬영을 할 때 총 30억여 원을 지불했는데 국내 제작진과 배우가 활동하는 데 든 비용 8억 원을 빼고 촬영 비용으로 22억 원이 들었다.
이에 세관은 22억 원에 대한 부가가치세 10%인 2억 2천여 만 원에 자진 납세를 안 했다는 의미로 부가세 6천 6백여 만 원을 내야한다고 고지했다.
현재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는 수입 신고를 할 때 ‘유체물’의 가치에 대해 부과한다고 명시돼있다.
제작사는 이러한 점을 내세워 “영상물은 무체물이고, 디스크와 하나의 물품이 됐다고 볼 수도 없어 과세 대상이 될 수 없다”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제공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한다”라는 근거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빈 깡통처럼 아무런 가치가 없던 디스크가 해외에서 촬영한 영화 내용을 담고 수입되었으니 디스크의 가치에 영상물 제작에 소요된 22억 원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한국 영화는 생각보다 많은 통관 절차를 지킨다.
하지만 몇 차례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한 프로듀서와 감독들은 “부가가치세법을 이해한다면 이 과정을 납득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출국하기 전, 해외 촬영 전후로 가치가 달라지는 유체물은 출국 전 예상 촬영 경비 내역서를 작성해 관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그리고 하드디스크나 필름 등의 유체물을 해외에 가져갈 수 있도록 수출신고필증을 신청해야 하고 허가가 된다면 관세법상 외국 물품으로 처리된다.
그리고 촬영을 끝마쳤다면 해외 로케이션 진행비를 정산한 확정가격을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해외 인력에 투입된 비용처럼 생산 지원비 명목으로 사용한 금액에 대해 세부적인 지출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과세를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영수증이나 해외 업체와의 계약서, 증빙서류 등 회계 상으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만약 확정가격이 해외 촬영 전 신고했던 예상 내역서와 차이가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한 사유서도 제출해야 한다.
그 과정까지 마무리해야 해외 통관 절차가 끝나며 마카오, 홍콩에서 촬영을 진행한 <도둑들>도 이 절차를 거쳐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
하지만 영화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매우 복잡하고 번거로워 보여 누리꾼들은 “구시대적인 방법 아니냐”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든 파일을 ‘클라우드’를 이용해 주고받는 상황에서 고작 클라우드가 아닌 디스크를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세를 부과하는 건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클라우드에 올리는 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 업로드 서비스를 통해 업로드하고 다운 받는 행위는 유체물에 가치를 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베를린> 제작사의 패소 이후 해외 로케이션 촬영에 임하는 제작사들은 디스크가 아닌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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