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안합니다” 베트남 떠난 박항서 감독이 직접 밝힌 향후 계획 살펴보니…

박항서 전 감독
베트남과 고별 후 거취
한국 감독직은 극구 사양

출처 : 연합뉴스

“이별은 아프지만, 만남과 헤어짐은 늘 있다.” 박항서 감독은 16일(한국시간)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을 끝으로 베트남과 5년여의 동행을 마쳤다. 비록 자신의 마지막 대회에서 태국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자신의 ‘라스트 댄스’였던 마지막 대회에서 아쉽게 결승전에서 2-3으로 패배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리진 못했지만,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뼈대와 역사는 물론 동남아시아 축구의 수준 전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승전을 끝으로 떠나는 그를 향해 팬들은 물론이고 적장조차 극찬을 건네는 등 유종의 미를 거두고 마지막 계단을 내려왔다.

베트남에 안긴 영광
수많은 업적과 트로피

출처 : 연합뉴스

2017년부터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으며 베트남은 한 단계씩 성장해나가며 동남아시아 축구의 강자 반열에 올랐다. 이는 트로피 개수로도 쉽게 알 수 있다. 박 감독 부임 후 처음 나선 2018 AFF 컵에서 베트남은 말레이시아를 꺾고 우승, 10년 만에 이 대회 트로피를 가져왔다. 동남아 내에서도 축구 수준이 높지 않던 베트남의 재도약을 알린 ‘역사의 시작’이었다.

U-23 대표팀은 동남아시안게임에서 20198년, 2021년 연속 금메달을 땄고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과 자카르타 팔레방 아시안게임 4강을 이루는 등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 전체에서도 경쟁력을 가져왔다. 더불어 2017년 136위였던 피파랭킹은 96위까지 올라오면서 베트남 영웅으로 등극했다.

지휘봉 내려놓은
박항서 감독 회상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6일, 태국전을 끝으로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박항서 감독은 한국 취재진과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동고동락한 선수들 이야기를 꺼내다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베트남 축구도 한 단계 성장해야 하고, 나 또한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서 “이별은 가슴 아프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따르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보낸 5년이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같다”라며 “5년째 감독하면서 결과가 좋든 나쁘든 떠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다음 감독이 목표를 이루면 된다. 내 임무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박항서 향후 거취
한국 대표팀 감독은?

출처 : 인터풋볼

무엇보다 박항서 감독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베트남과 국내에서는 감독할 뜻이 전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박감독은 “베트남과 한국에서는 감독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렸다. 특히 국내에는 나보다 훌륭한 지도자가 많다. 내가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은 없다”라며 베트남에서 유소년을 발굴·육성하는 일에 대해서는 몇몇 제안을 받아놓고 고민 중”이라 말했다.

베트남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에서도 박항서 감독의 기량과 업적을 높게 평가하며 위인으로 떠올랐지만 박항서 감독은 “나 자신을 성공한 지도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베트남에서 ‘한국 사람 박항서는 늘 열심히 했던 지도자’ 정도로 기억될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